「우주여행은 가능한가.」
여기서 우주여행이란 달나라에 가는 정도의 가까운 나들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광활한 우주를 종횡무진 누비는 스케일 큰 여행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서 「스타 워즈」에서처럼 은하계 이곳저곳을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하듯 다니는 게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명한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아주 쉽게 차근차근 설명한 바 있다. 그의 고찰을 요약해 따라가보기로 한다. 먼저 가장 간단한 발상이 있다. 즉, 우주선을 계속 가속시키면 거칠 것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속도가 무한정 늘어나 결국 엄청나게 빨라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 대다수가 불가능함을 알 것이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든 빛의 속도보다 빨리 움직일 수는 없다. 빛의 속도로 가봤자 가장 가까운 별까지도 4년이 넘게 걸리고 「종횡무진」 우주를 누비려면 수백, 수천년도 턱없이 모자란다.
그렇다면 바로 그 상대성이론에 입각해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사실을 이용하면 된다. 관찰자가 보기에는 수백, 수천년이 걸릴지 몰라도, 우주선 탑승자에게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거나 정지한다. 따라서 짧은 시간 동안 우주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주공간은 텅 빈 진공 같아 보여도 사실은 드문드문 수소원자들이 흩어져 있다. 광속으로 날아가다가 이런 입자들과 부딪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해 승무원은 즉사하고 만다. 이런 위험이 없도록 하려면 광속의 10분의 1 이하로 날아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지연 효과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우주선 앞에 일종의 거대한 쟁기를 달고 날아가면 어떨까. 앞에 놓인 수소원자를 미리 치워버리면서 날아가는 것이다. 이 장치는 우주선의 연료 보급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아이디어는 현실적으로 무척 곤란하다. 이런 쟁기는 크기가 적어도 수천㎢는 되어야 효과가 있다. 북아메리카 대륙 만한 쟁기를 만들 수 있을까?
접근을 좀 달리해서 광속보다 빨리 움직이는 「타키온」이라는 입자를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타키온으로 초광속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현재까지는 이론적 공상일 뿐이다. 아직 타키온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실은 그 탐지방법조차 알 수 없다. 게다가 타키온이 있다고 해도 그것으로 사람이 탈 수 있는 우주선을 어떻게 만들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
그럼 블랙홀을 이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블랙홀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도 좋은 생각은 못된다. 우주선이나 승무원들이 안전하게 블랙홀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게다가 블랙홀로 들어가면 우주공간을 단숨에 가로지를 수 있음이 검증된 것도 아니다. 사실은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서도 모든 학자들이 의견일치를 보고 있지는 않다.
초공간(hyperspace)을 이용한 와프(warp)항법으로 날아간다면? 아쉽지만 이러한 개념은 순전히 SF작가의 상상력일뿐, 현실적으로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면 수백, 수천년 동안 우주여행을 하되 승무원들이 인공동면에 들어간다면? 이것도 아직까지는 비현실적이다. 생명을 유지한 채 동면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는 유일한 방법은 한가지다.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 광속보다 훨씬 느리게 천천히 날아가면서 동면도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사는 것이다. 그러다 1세대 승무원들이 늙어죽으면 그 다음 세대가 여행을 계속한다.
이런 식으로 수백, 수천년을 여행하는 「세대 우주선」이 지금으로선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누구든 원하기만 한다면∥.
<박상준, 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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