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서 인간과 똑같이 살아움직이는 인물(사이버 휴먼) 창조.」 고형석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부, 36)가 지난 10여년 동안 거의 외골수로 매달렸던 연구주제다.
컴퓨터그래픽 및 애니메이션기술은 특히 지난 몇년동안 쥬라기공원, 토이스토리, 타이타닉 등의 영화가 잇따라 전세계적으로 공전의 성공을 거듭하면서 국내에서도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사이버 휴먼」이란 가상공간에서 사람의 동작을 정밀하게 재현해낼 수 있는 「가상의 인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기술이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면 영화산업은 물론 게임, 가상현실 등의 산업분야에도 다시 한번 획기적인 발전을 몰고올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 공학관 8층에 자리잡고 있는 고형석 교수의 「사이버 휴먼 애니메이션 연구실」도 최근 하루가 다르게 바빠지고 있다.
특히 영화전문 기획회사인 오페라와 「아크(가제)」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키로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무로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제작사 관계자들의 연구실 방문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영화는 「노아의 방주」를 소재로 한 것으로, 러닝타임은 약 5분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완전 3차원 컴퓨터그래픽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충무로 등 국내 영화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3차원 애니메이션은 2차원 작품과 달리 등장인물들을 좀더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등 앞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영화의 상품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고 교수는 지난 94년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세계 최초로 제안한 「대뇌, 소뇌 애니메이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올해초 과학기술부로부터 창의적 연구진흥사업과제로 선정됨으로써 앞으로 3년동안 매년 4억원씩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등 경사가 겹쳤다.
고 교수는 『사이버 휴먼 애니메이션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도구가 개발되면 적은 제작비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돼 앞으로 국산 만화영화의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지난 85년 서울대 전산과를 졸업한 고 교수는 제 1세대 컴퓨터(애니악)를 개발한 곳으로 유명한 미 펜실베니아대로 유학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당시 그곳에 막 소개되기 시작한 「사이버 휴먼 애니메이션」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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