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자기희생적 감산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이 최근 일본업체와 합작으로 D램 생산라인을 증설, 한국 반도체업계의 가격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만의 감산 조치가 장기적으로 외국 반도체업체의 투자를 유발시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시장 지배력과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감산반대론이 강력히 제기되는 등 D램 감산 정책에 대한 찬반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인 윈본드사는 최근 일본의 도시바와 자본 합작으로 4번째 D램 일관가공라인(FAB) 설치를 완료, 64MD램 파일럿 제품 생산을 개시했다.
2백mm(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월 1만 5천장의 처리능력을 가진 이 64MD램 FAB의 증설은 세계적으로 D램 제품의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반도체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 라인은 더욱이 조만간 회로선폭 0.15미크론의 공정을 도입해 1백28MD램과 2백56MD램 생산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반도체 업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감산 조치에 동조할 것으로 기대됐던 일본업체의 자본이 투입된 D램 생산라인이 증설되면서 감산을 통한 공급량 축소보다는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가 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한 관계자는 『D램 경기가 급격히 하락한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D램 생산 시설 투자가 크게 줄어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 이후 D램의 공급부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조사기관들의 예측』이라고 전제하면서 『특히 최대 D램 생산국인 한국의 생산량 감축이 일본이나 대만업체들의 시설 투자 확대를 더욱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범국가적인 지원을 업고 D램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대만이 한국반도체업계의 투자위축과 감산이라는 공백을 겨냥해 일본의 자본과 기술력을 끌어들여 대대적인 메모리 생산라인증설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도 『이번 윈본드사의 D램 공장 증설을 계기로 대만 등 후발업체들의 시설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대만업체들과의 싸움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가격 반등을 기대해 감산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후발업체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는 힘겨루기 중심의 시장 전략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업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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