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경제 및 물류, 정보교류의 창구가 될 하늘을 잡아라.」
홍콩차이나, 일본과 함께 아시아의 허브(Hub)공항을 노리는 인천국제공항의 지상과제다.
지금 서해안 영종도와 용유도사이의 간석지에서는 오는 2005년께 세계 항공수요의 5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의 하늘을 차지하기 위한 야심찬 구도 아래 신공항 건설의 대역사가 한창이다.
특히 이곳은 인구 2천만명, 국내 총생산의 40%를 차지하며 한국정치문화의 중심인 수도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다 국제적으로는 베이징, 동경, 상해 등 동북아 주요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천혜의 요지.
우리 정부가 2000년으로 예정된 1단계 사업에만 약 7조원을 투입, 신공항 건설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우리나라가 전세계 정보, 비즈니스의 중심적 역할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허브공항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홍콩차이나나 일본보다 한발 뒤처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10만8천평의 간석지에 세워지는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은 세계 최고의 정보공항, 비즈니스공항, 중추공항, 첨단공항의 면모를 착착 갖추어나가면서 웅비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홍콩의 경우 오는 7월초 카이탁공항을 대체하는 첵랍콕공항을 개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러한 의지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은 이미 건설된 간사이공항 확대에 나서면서 세계 항공수요를 짊어지고 나간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첵랍콕공항의 경우를 보자.
이 공항은 홍콩차이나가 20세기 최대의 이벤트를 장식하며 중국에 이양된 카이탁공항을 대체할 공항으로 건설하기 시작해 오는 7월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개항으로 맺게 된다.
홍콩차이나는 과거 홍콩사람이 차지해온 아시아 경제의 중심지라는 지위를 21세기에도 지속하기 위해 첵랍콕 신공항 건설이라는 대역사를 시작했다.
홍콩차이나의 미래를 좌우할 에어드래곤으로서의 첵랍콕 신공항은 2004년에 공사를 완전히 마무리하고 그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제4위 규모인 카이탁공항보다 세배나 큰 공항인 첵랍콕공항은 세계 하늘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홍콩차이나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첵랍콕공항은 세계 4위 규모였던 카이탁공항이 2천4백만명의 수용한계를 초과하는 상황과 중국귀속 이후 불투명해진 홍콩의 미래를 고려해 중국정부가 지난 90년 이후 본격화한 사업이다. 이때부터 홍콩 당국은 이 도시의 역할을 중국무역 전진기지로 규정하면서 이에 따른 항공수요 폭증에 대비한 신공항 건설을 서둘렀다.
홍콩차이나는 첵랍콕 신공항 건설과 더불어 구룡컨테이너 부두 확장공사도 벌이고 있다. 99년 마카오 반환에 맞춰 홍콩과 마카오 사이 총연장 37.9㎞에 이르는 해상대교 건설공사도 추진중이다. 이같은 대역사를 통해 홍콩차이나는 대중국경제권의 중핵도시이자 세계적인 경제도시의 위상을 굳히는 한편 아시아의 새로운 수송기지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21세기의 번영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간사이공항 프로젝트는 더욱 원대한 꿈을 바탕으로 추진중이다.
지난 91년 경제심의회 2010위원회에서 내놓은 「일본의 선택」이라는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국제적 역할증대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온 일본경제기획청은 95년부터 10년 동안 자그마치 6백30조엔(6천조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물류 등 미래를 대비하는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간사이공항도 물류비 손실에 따른 사회간접적인 손실이 엄청나다는 일본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자국을 동아시아 물류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경영의지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국을 세계경제 네트워크의 중추가 될 중심축으로 만들려는 구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간사이공항 건설사업을 그 목표달성의 핵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94년 1백50억달러를 들여 동아시아 최초의 허브공항을 표방한 간사이 국제공항의 문을 연 일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31년까지 3단계에 걸친 지속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오사카만에 현재의 1.5배 규모인 24만평의 매립지를 추가로 조성하고 여기에 최대 4천m급 활주로 3개를 확보하며 공항주변을 상업거점도시로 개발하고 외국기업을 유치해 국제비즈니스의 중심지인 소위 퍼시픽시티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또 나고야 남쪽 30㎞ 지점 도쿄 나메오키 해상에 3백만평 규모의 인공섬을 조성하고 4천m 이상의 활주로 2개를 2005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여기에 드는 공사비만도 40조원에 이른다.
일본은 이들 공항을 세계각지에서 흘러드는 사람, 물자, 돈, 정보가 모여들고 다시 퍼져나가는 국제경쟁의 중핵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21세기 환태평양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야망이다.
이처럼 일본과 홍콩이 세계적 허브공항으로서의 도약과 비상을 준비하는 가운데 영종도 건설현장도 이들을 아우르고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첨단공항 구축사업의 본궤도에 진입해 있다.
세계적 변화의 조류속에서 가장 역동적인 하늘의 물류를 담당할 중추공항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의 건설 역군들은 이 세기적 물류기지 창조를 위한 뜨거운 땀을 흘리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시아의 관문으로 등장시켜 새로운 국제환경과 항공 수송여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21세기를 대비할 격동의 현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10년까지 총 1천7백만평의 해상부지에 4개의 4천m급 활주로를 갖추게 되면 인천국제공항은 음속항공기와 탑승규모 6백명 이상의 초대형 항공기 취항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이때쯤이면 초음속 여객기는 서울과 뉴욕 사이를 5시간 안에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세계인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비즈니스-쇼핑-레저 활동을 원스톱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단순히 물류만을 떠맡는 공항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말 한국산업연구원이 「한국관광산업의 장기발전 전략」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신공항은 21세기를 위한 관광한국의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북아 항공교통의 요지로 부상하는 영종도와 무의도, 신도, 시도, 강화도 등 주변섬을 휴양과 관광지역으로 개발, 전통사찰과 제2의 민속촌 건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공항의 확대와 함께 이들 지역도 자연적인 변화와 발전을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서 영종도 주변의 관광호텔에 미국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호텔시설과 관광산업을 위한 합작투자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는 것은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 접근하는 교통망은 서울 도심에서 52㎞에 이르며 8차선 전용 고속도로와 복선철도로 40분대에 연결될 정도로 연계성도 좋다.
올해 첫 투자설명회에서 드러난 인천 송도 미디어밸리 건설사업 역시 인천공항과 연관돼 공항 주변의 면모를 더욱 빛내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 실리콘밸리, 또는 정보화단지로서의 인천송도 미디어밸리는 영종도에 세워질 인천국제공항의 비즈니스 기능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줄 요소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제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93년말 공사를 시작한 지 4년반 만에 10만8천평의 간석지에 터닦기 공사와 건축공정 일부 등 모두 40%의 계획일정이 진척된 가운데 오는 2000년대 세계 항공시장을 수놓을 꿈의 공항으로서의 자리매김에 나섰다.
서해안의 바닷물결 속에서 기다리기를 수천년, 이제 세계적인 허브공항의 날이 될 설렘속에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에 위치한 대역사의 현장은 세계의 날개가 머무르고 숨쉴 둥지로서 도약의 그해, 2000년을 기다리고 있다. 불과 2년반이면 21세기 동아시아 하늘은 지금의 하늘과 다른 세계물류의 거대한 심장인 인천국제공항을 축으로 힘찬 맥박이 고동치게 될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장기 예측에 따르면 오는 2000년 세계 항공시장에서 차지하는 아시아 항공시장의 점유율은 38.5%가 될 것이며 2005년에는 44.6%, 2010년에는 50%에 이를 것으로 보고됐다.
이때 동북아 항공노선의 중심축인 인천국제공항은 중국, 러시아, 일본, 필리핀 등 비행거리 3.5시간 이내의 동북아 각국 대도시 43개를 지선으로 연결하고 다시 대륙간 장거리 항공노선으로 이어주는 중계공항으로서의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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