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15);영화속의 상대성이론

최근 개봉된 SF영화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현란한 특수효과(SFX)로 가득찬 가족영화로 원래 60년대에 TV연속극으로 만들었던 원작을 극장용으로 다시 만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 과학적 흥미나 호기심을 끄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서 한 장면을 택해 과학적 배경을 알아보기로 한다.

우주선이 광속여행을 시작하면서 탑승자들이 마치 얼어붙은 듯 멈추어버리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그 이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체가 움직이면 정지해 있을 때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며 운동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시간은 점점 더 느려진다. 물체가 마침내 빛의 속도에 도달하면 시간은 정지된다.」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우주여행을 하는 당사자들은 시간이 정지한 것을 모른다는 내용이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3의 관찰자들이다. 이렇게 되면 흥미로운 현상이 생긴다. 흔히 「쌍둥이의 가설」이라 부르는 재미있는 예인데 쌍둥이 가운데 한명은 광속으로 우주여행을 떠나고 나머지 한명은 지구에 남는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나중에 우주여행을 떠났던 쌍둥이가 지구로 돌아오면 지구에 남아있던 형제보다 훨씬 젊은 상태가 된다. 물론 우주선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 결과다.

이 이론은 실제 사례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원자나 중성자 같은 여러가지 소립자중에는 「뮤우 중간자」라는 것이 있는데 이 입자는 1백만분의 1초라는 아주 짧은 수명을 지녔다가 전자와 중성미자(뉴트리노)로 변환된다고 알려져 있다. 뮤우 중간자는 우주에서 날아온 파이 중간자라는 입자가 약 15㎞ 상공의 성층권에서 대기중의 입자들과 부딪칠 때 생겨나는 것이다.

뮤우 중간자는 성층권에서 거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는데 수명이 1백만분의 1초라면 광속으로 움직여도 3백m 남짓밖에는 진행할 수 없다. 그런데 뮤우 중간자는 15㎞ 상공에서 지상까지 날아와 관측이 된다. 다시 말해서 자기 수명의 50배 정도를 더 살면서 움직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특수 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 현상이다. 준광속으로 움직이는 뮤우 중간자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시간이 50분의 1 정도 느리게 간 것이다.

앞서 쌍둥이의 가설이나 뮤우 중간자 이야기를 주의깊게 읽은 독자 가운데는 재미있는 착안을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로 「타임머신」이다. 광속 우주여행을 떠났던 쌍둥이가 다시 돌아와보니 지구에 남아있던 형제는 훨씬 더 나이를 많이 먹었다. 쌍둥이 형제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가 그렇다.

자신이 우주여행을 했던 기간보다 더 나중의 미래로 돌아온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해 미래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과거로는 어떨까? 광속보다 빠르게 운동하면 시간이 거꾸로 가지 않을까? 유감스럽지만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다. 물체의 운동에는 시간뿐만 아니라 질량, 길이도 관계하는데 운동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물체의 질량은 늘어나고 길이는 수축돼 보인다. 광속에 다다르면 물체의 시간은 정지하는 대신 질량은 무한대, 길이는 0이 된다(관찰자 시점). 물리법칙상 질량이 무한대, 길이가 0이 될 수는 없고 그 이상도 불가능하다.

과학자들 중에는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이른바 「타키온」이라는 초광속 입자의 존재를 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타키온의 존재가 확인되고 물리법칙도 상대성이론보다 상위에 있는 「대통일 이론」이 완성된다면 언젠가는 타임머신도 현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박상준, 과학해설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