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X년 6월 21일. 아직 만물이 눈뜨기 전인 새벽 3시. 국방부 모처에서는 수십명의 장교와 지휘관들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군에 비상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임시로 설치된 작전지휘소에는 수시로 교전상황에 대한 새로운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 열영상장치, 전파탐지시스템, 레이더 등을 이용해서 탐지한 적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그 즉시 대형모니터와 대형화면에 표시된다. 이 모니터에는 지도위에 적군과 아군의 이동상황이 정확히 표시돼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날씨자료나 아군의 인력 장비 등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지휘소 한쪽에는 우리 공군기인 F-16 편대가 떴다는 보고와 함께 비행기의 이동상황이 모니터에 나타나고 있다. 공군 사령관의 작전 내용도 신속하게 보고 된다.
사령관이 전황을 파악하고 있는 동안 해군에서도 적의 함정이 경계선을 넘어오고 있다는 보고를 보내온다. 모니터를 보니 적함대의 이동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이어 문산 부근의 전투에서 공군의 AH-64 헬기 지원을 받은 우리 육군이 적을 섬멸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해군에서도 미리 수집해놓은 해류데이터를 십분 활용, 적 함정을 코너에 몰아넣었다고 보고해왔다. 적군이 우리 경계선을 넘어온지 정확히 2시간 10분만의 일이다.
이 내용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통신시스템을 전시에 활용하는 상황을 가상적으로 그려본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비결은 「적보다 빨리 보고 빨리 판단해서 빨리 공격하는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판단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대는 정보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아무리 많은 무기와 군인을 가지고 있더라도 뒤떨어진 통신시설과 정보시스템으로서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고 조그만 착오로 전쟁의 승패가 갈릴 수도 있는 것이 오늘날의 전쟁이다.
미국 캔자스시티 부근 래비누어스 기지에서 진행된 컴퓨터 모의 전쟁이 걸프전 승리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는 점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리 군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 물 샐틈 없는 감시의 그물망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육군이 개발, 20여개 제대에 보급한 「통합전장관리체계(ABMS-K)」는 현재 진행중인 전장상황을 종합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육군전산소가 자체 개발한 이 시스템은 한반도 전체의 디지털 지도를 10만분의 1로 축척해 적과 아군의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용자는 화면을 자유롭게 확대 또는 축소하면서 인력이 어디에 얼마나 배치돼 있는지, 물자보급계획을 어떻게 세워져 있는지 수시로 검색해볼 수 있다. 또 2천여종의 지형정보와 4만여종의 지리정보를 수록해 놓았으며 일기예보 시스템과도 연결해 작전지역의 기상을 예측할 수 있다.
육군의 신동완 소령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전투현장에서 전황을 보고받아 이를 정리, 보고하기까지 대략 4시간정도 소요될 것을 10분이면 마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을지포커스랜드 훈련에서 이 시스템을 가동, 성능을 검증받은 육군은 올해안에 이 시스템을 평상시 보고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 구축하고 시스템 보급도 여단과 사단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시스템을 위성과도 연결, 위성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방침이다.
해군 역시 최근 「해양데이터베이스 및 전자해도 연동체계」를 구축, 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에는 수온과 염분, 해류, 수심 등을 나타내는 전자해도는 물론 수중소음, 해저장애물 등 바다와 해안에 관한 모든 자료를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시스템은 레이더망과 연동돼 레이더에 잡히는 모든 선박의 이동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해군 정보체계실 이충희 중령은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대형선박의 입출항은 물론이고 부산 해운대에 몇척의 요트가 어느 쪽으로 이동하고 있나 하는 것까지 모니터로 볼 수 있게 됐다』며 『평상시에는 각 함선의 안전항해를 지원하고 전시상황에는 지휘관이나 함장이 신속하고 빠른 결정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해군은 이 시스템의 성능 개선, 내년말에는 3급함까지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외에도 해군은 잠수함의 항로를 미리 입력, 이 궤도에서 이탈할 경우 경보를 울려주는 「ECDIS」시스템외에 실제 상황과 유사한 함정환경을 구축해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는 「조함용시뮬레이터」 등을 개발해놓고 있다.
정보통신을 이용한 국방의 그물망은 하늘도 예외가 아니다. 공군은 최근 실시간 「항적전시체계(RTDS) II」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공중상황 및 항공기의 기동을 실시간 추적, 처리, 분석해 지휘관에게 제공해 주는 것으로 비행기에서 발사되는 암호데이터를 분석, 아군과 적군의 이동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해준다.
이외에도 올해로 건군 50주년을 맞는 국군은 다양한 정보통신 기기를 이용한 첨단화를 추진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의 김희재 교수는 『앞으로는 휴대용 노트북이 보병의 무선 송, 수신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전투원이 관찰한 영상과 데이터를 야전용 컴퓨터로 전송하면 이를 위성으로 받아 다시 다른 지역에 있는 전투원의 노트북화면에 실시간으로 전장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우리 국군의 첨단화를 위해 2천년대 초반까지 「C4I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스템은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와 정보를 통합, 자동화한 것으로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육해공군의 모든 전투력은 물론 국가비상기획시스템과도 연결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장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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