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알파칩 향후 운명

『삼성반도체의 신화가 재현될 것인가 아니면 삼성전자가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 것인가.』

삼성전자가 그동안 준비해온 「알파칩」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CPU 사업 전면에 나섬에 따라 이같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알파칩 관련 마케팅과 기술 지원을 담당할 자회사인 API(Alpha Processor Inc)를 오는 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설립한다.

삼성전자가 전액 출자한 4천만달러의 자본금으로 세워지게 되는 API는 알파칩 원천기술을 보유한 디지털사가 지난 4월 컴팩에 인수되면서 실질적인 알파칩 사업 전반을 지휘하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의 알파칩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우선 향후 강력한 경쟁제품인 인텔의 64비트 CPU 「머세드」의 양산시기가 6개월 미뤄져 오는 2000년 중반경에나 출시가 가능하다는 호재가 발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오는 17일 뉴욕에서 열리는 PC엑스포에서 진대제 부사장이 참석, API 출범식과 함께 차세대 알파칩인 「21264」를 예정대로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이 행사에서는 컴팩,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관계자들이 알파칩 지원의사를 밝히는 「깜짝쇼」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셈이다. 또 인텔의 머세드 출시계획에 따라 HP, 실리콘그래픽스 등 일부 64비트 CPU업체들이 자체 CPU 개발을 포기한 상태여서 1년이상 고성능 CPU시장에 삼성전자가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상황이 크게 삼성측으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특히 컴팩측이 알파칩 기반의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사업을 추진할 경우 64비트 CPU시장에서 선두업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대이상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HP의 한 관계자는 『CPU사업은 최소 5조원 이상의 투자 금액을 필요로 하며 이것도 해가 거듭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HP가 자체 CPU사업을 포기하게 된 요인도 향후 인텔이라는 거인과 경쟁을 벌이면서 이러한 투자를 집행하기 어렵다는 측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만약 삼성전자가 CPU사업에 실패한다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이 디지털사로부터 알파칩 아키텍처에 대해 기술이전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디지털사가 알파칩 개발을 포기할 경우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알파칩 성능 개선을 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삼성전자의 앞길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의 알파칩 설계 인력은 컴팩사에 인계된 상태다. 이와 관련, 컴팩사는 계속 알파칩 미래를 보장하겠다고 발표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평가다. 컴팩사는 디지털사를 인수하기 전까지 인텔의 「머세드」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공언해왔고 현재도 이를 뒤집지 않고 있다. 결국 컴팩은 알파칩과 머세드를 두고 저울질하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며 머세드를 지원한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 확실하다.

특히 알파칩은 디지털사 외에는 거의 채용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컴팩이 포기할 경우 시장에서 「즉사」하는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알파칩 사업은 삼성전자라는 거함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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