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놓고 방송장비 업체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소 장비업체들은 원래 적은 인원으로 출발한 탓에 구조조정의 태풍권에서 일단 비켜 서 있는 반면 규모가 큰 업체들의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즉 전체인원이 10명 이내인 대부분의 중소 방송장비업체는 나름대로 「불황의 긴터널」을 통과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한국텍트로닉스, 동유무역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업체들의 경우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인지」 「이대로 가야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들 대형 업체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감원 외에는 달리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인식하고는 있으나 이를 선뜻 시행하기도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감원을 단행할 경우 이들이 다른 경쟁업체로 재취업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으나 현재 다른 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재취업 보다는 새로운 중개상(속칭 나까마) 업무를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종전에 머물렀던 회사와 같은 아이템으로 다른 회사와 손잡고 중개상을 할 경우 구조조정이 되려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딜레머에 빠진 것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3년 국내에 진출, 그간 비디오서버, 비선형편집기 등을 공급해 온 한국텍트로닉스의 구조조정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 초 신광자동화시스템이 그간 맡아왔던 방송 스위처인 「그래스 밸리」사업을 직판체제로 바꾸고 6∼7명의 인력을 보강했으나 6개월이 채 못되는 시점에서 곧바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것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업계가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케이블TV와 지역민방 등의 잇단 출현으로 「방송장비 특수」가 불었던 것과는 달리 IMF체제 6개월의 한파는 국내 방송장비업계에도 예외없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김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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