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어 삼성도 D램 감산 참여 배경과 전망

한국 반도체업계의 희생적인 감산조치가 과연 공급과잉의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 상황을 쾌유시킬 수 있을 것인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3사가 추락하는 가격을 잡기 위해 잇따라 「감산」이라는 극약처방전을 받아들임에 따라 향후 D램 가격 추이에 세계 반도체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2위 업체인 현대전자가 지난 1주일간 공장 가동을 중지한 데 이어 세계 최대 D램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 대열에 합류했고 조만간(6월말이나 7월초) LG반도체가 감산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D램 감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6년과 97년 16MD램의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공조해 감산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이번 감산은 규모면에서도 지난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전자의 경우 이천 공장의 반도체 전 생산라인을 중단했고 삼성전자 역시 감산의 필요성이 있는 D램 생산라인은 물론이고 S램, 플래시메모리를 비롯해 비메모리 라인까지 가동을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D램시장 가격 안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번 감산 결정을 발표하면서 『일회적으로 그치지 않고 반도체 공급과잉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소될 때까지 감산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생산량 조절을 통한 인위적 가격 안정을 강력히 추진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세계 64MD램 공급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반도체 3사가 이달에 평균 1주일씩 공장가동을 중단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세계 공급량의 10%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는 계산이다.

반도체업계는 10% 공급량이 감소할 경우 가격 상승 요인인 약 4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른바 64MD램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5달러선은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도체업계는 이같은 계량적 감산 효과보다 수요업체에 주는 심리적인 부담 효과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 관계자는 『D램 가격의 폭락이 상례화하면서 수요업체들이 대부분 하루 이틀분만의 재고를 가지고 있거나 아예 무재고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즉 최대 공급선인 한국 반도체업계가 생산량을 줄이면서 가격이 반등조짐을 보일 경우 심리적 불안감이 증폭돼 또다른 가수요현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감산과 달리 일본업체와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을 경우 감산 효과가 반감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업체들과 함께 NEC,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 등 일본의 빅4업체가 1주일씩 생산을 중단할 경우 64MD램 가격은 지금보다 72%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업체만의 감산보다 2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본업체의 공조 감산결정은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담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개별 업체별로 감산 결정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전자와 삼성전자의 감산결정이 발표된 후에도 일본업체들의 반응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업체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반도체업체는 감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 반도체업계의 감산이 결국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대만업체들의 64MD램 증산을 부추겨 장기적으로 오히려 64MD램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감산노력이 단기적으로 D램 가격의 반등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이같은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일본 등 경쟁국들을 감산 대열에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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