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APEC 통신장관회의

싱가포르 선언문 채택으로 막을 내린 제3차 APEC 정보통신장관회의는 최근의 세계 정보통신 시장환경과 관련해 몇가지 주목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역내 국가들을 대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통신산업 증진을 겨냥한 각종 실천계획과 정보통신기 상호인정 약정(MRA)이다. 선언문에도 포함되어 있듯이 각국 장관들은 역내 전자상거래, 정보통신 무역자유화, 정보기술 및 망 응용서비스 및 21세기를 대비한 인력개발 등 4가지 분야의 발전방향과 실천계획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협의체라고 할 수 있는 APEC의 성격상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이 제안, 각국 장관들의 지지를 얻은 정보통신 「아시아 사업자 공동체」와 「인터넷 회선사용료 불균형 시정방안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 아시아 사업자 공동체는 최근 구미 각국의 대형 통신사업자들이 효과적인 아시아 진출을 겨냥, 전략적 제휴등을 통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 따른 일종의 대응책 성격이 짙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구미 대형업체에 안방격인 기간통신서비스를 내줄 위기에 처해 있는 역내 국가들이 이같은 공동의 인식을 토대로 배 장관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매우 획기적 사건이다.

물론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추후 협의토록 했고 이번 회의에서는 원칙적 합의에 이른 정도지만 한국의 한국통신, 중국의 차이나텔레콤,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텔레콤 등이 공동체를 결성, 운용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례는 여태껏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회선사용료 역시 현재 아시아 각국이 특정국가(주로 미국)에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형식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고 이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시아지역 인터넷사업자들은 현재 연간 3억달러에 이르는 인터넷 회선사용료를 대부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개발하자는 한국측 제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 역시 구체 방안은 추후 결정되겠지만 국경없는 글로벌 통신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시아 각국이 독점적 경쟁력을 갖춘 몇몇 서구국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배순훈 장관은 공식 외교무대에 첫 선을 보였지만 뛰어난 국제감각과 세일즈 마인드로 이번 회의의 주요 합의를 도출해 내는데 성공, MIT 박사와 대우전자 회장, 정통부 장관으로 이어진 그의 경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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