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도마위에 오른 비디오 가격 가이드라인 (하)

희소성과 흥행요소등을 전혀 고려치 않고 극장개봉 여부와 판매량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가격 가이드라인」은 작품의 질을 도외시한 「극장개봉작」 양산경쟁을 부추김은 물론 「밀어내기 판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은 판매량등 기업비밀에 속하는 부분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하면서 가격을 책정한다는 점에 대해 크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4월 S사는 한 작품의 판매 문제로 장장 5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했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완성도도 높다는 평을 받기는 했지만 판매량은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만개 이상의 판매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 극장개봉 흥행작(3만개 이상 판매) 가격인 2만7천5백원에 판매키로 결정했다. 결국 이 작품의 실제 판매량은 3만장에 이르지 못했고, 그 결과 비디오대여점들로부터 「수금동결」이란 「클레임」을 받게 됐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은 자연히 이같은 클레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판매량 달성을 지상의 과제로 삼고 있고 일부 업체는 이를 위한 밀어내기까지 불사하고 있어 「가격 가이드라인」이 도리어 비디오 대여점에 목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비디오대여점들은 「가격 가이드 라인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밀어내기를 부추기고 차별화된 가격정책등에 의한 혜택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 뿐만 아니라 「가격 가이드라인」 실시로 제작사들이 비교적 판매가 쉬운 액션물과 성인물에 치우치게 돼 안방문화가 심각하게 편향되고 있음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구비하지 못함으로써 비디오마니아들의 발길도 끊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때 지역문화의 한 공간으로 사랑받던 비디오대여점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격 가이드라인」 책정이 일부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가격 횡포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 보면 비디오대여점들이 시장경쟁을 두려워 한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대여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정책을 프로테이프 제작사에 맡길 경우 비디오 대여점들간 고객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고 종국에는 비디오 대여점의 절반이 넘는 영세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쟁에 의한 적자생존의 원리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경쟁원리가 배제된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프로테이프산업이 지난 9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정책은 다양한 마케팅의 동인』이라고 전제, 『제작사들이 차별화된 가격정책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만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으며 대여점들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통시장에서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횡포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가격 가이드라인」의 존폐와 새로운 시장질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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