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응 현황
국내 반도체 생산공장은 으레 물고기를 기르는 연못을 한 두개씩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웨이퍼 세정용으로 사용한 물을 물고기가 살 수 있을 만큼 깨끗하게 정화시켜 재활용한다는 사실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반도체 공정에 각종 환경 유해물질이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관련업체들이 ISO 14001 등 국제 환경 규격 획득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반도체 산업의 환경문제가 보다 근본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작업장의 환경 보존이나 작업자의 안전문제에서 벗어나 환경 오염물질의 배출을 원천적으로 없애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재료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추가적인 설비투자나 새로운 대체물질에 대한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업계의 환경 문제에 대한 준비는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데 심각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D램 가격 폭락으로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환경과 관련된 투자에 더욱 무관심해지고 있어 본격적인 환경 규제가 시작될 경우 치명적인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천7백억원 수준이었던 반도체 3사의 환경 관련 투자액도 올해는 상당 부분 삭감될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3사의 경우 대부분 공장내에 환경안전과 관련된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부서가 하는 업무는 대체로 원천적인 해결책보다 공정 개선을 통해 에너지나 유해물질의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공정 중 에칭과 증착과정에서 다량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PFC)의 사용량 저감 대책이나 대체물질 개발 등은 사실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업체의 한 환경 담당직원은 이와 관련, 『국내 반도체 산업은 장비 및 측정 기술이 크게 낙후돼 있어 자체적으로 방출량 측정, 대체물질, 재활용, 처리 등 원천 기술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때문에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나 장비업체들의 경우 유해물질 사용량을 줄이거나 방출되는 물질의 양을 최소화하는 정도의 기술개발 작업만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PFC를 비롯한 반도체 생산용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예전보다 환경과 관련된 규제 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마테크라는 민관공동기구를 통해 반도체 환경, 안전문제 연구에만 매년 1천억달러 이상을 쏟아붓는 미국이나 전자기계공업회(EIAJ)라는 민간 기구가 중심이 돼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비춰볼 때 국내에도 반도체 산업의 환경문제를 전담 추진할 구심점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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