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모델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이승희가 출연한 첫 번째 한국영화. 영화 「물위의 하룻밤」은 멜러라는 장르에 밀려 한동안 비디오용 영화에 의존하는가 싶었던 에로틱 영화의 용감한 도전인 셈이다. 섹스와 이승희라는 단순한 공식만으로도 관객의 호기심을 너끈히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저변에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강정수 감독의 강점은 다년간 영화계에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얻어진 흥행 포인트에 B급 감각이다. 따라서 그의 영화는 늘 연출력이나 구성력보다는 기획력과 마케팅에서 후한 점수를 얻는다. 데뷔작인 「하얀 비요일」 이후, 그는 자신의 영화적 감수성을 섹스와 일관되게 접목시키고 있다. 따라서 그의 영화엔 때로 모든 내러티브가 섹스를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를 마련해 주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맹점을 지닌다. 섹스와 허무, 술과 마약, 이유없는 자살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지는 일련의 내러티브는 도발적이긴 하지만 반복적이며 관습적이다. 그는 「물위의 하룻밤」에서도 예외없이 드러나는 이러한 맹점을 자극적인 섹스장면과 소외와 허무라는 도시적 감수성으로 포장한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까지 관객들에게 영화보기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는 듯 하다. 따라서 그의 영화 광고엔 항상 자극적이며 강도 높은 섹스장면이 주요 컨셉트로 자리잡고 있다.
투자회사의 딜러인 백성하(유재하 분). 그는 오래된 옛친구인 스텔라(조디 톰슨 분)의 호출을 받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스텔라의 이야기를 듣고 성하는 자신과 사랑을 나누었던 거리의 여자, 피비(이승희 분)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무리한 투자로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실의와 절망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성하는 지하철역에서 피비라는 당돌한 여자를 만난다.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사달라고 조르는 그녀에게서 성하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고 피비는 「돈만 주면 당신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며 유혹한다. 격정적인 섹스로 하룻밤을 보낸 후 성하는 자신처럼 낯선 이국 땅에서 영원히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피비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어린 시절 양아버지에게서 성적 학대를 받고 술과 마약, 섹스에 탐닉하며 살아온 피비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괴로워한다. 뜻밖에 찾아온 자신을 향한 사랑에 낯설어하며 피비는 마침내 가장 행복한 순간에 성하와 그의 분신인 어린 딸을 두고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드라마적인 구성이나 상황의 설정은 억지스럽고 때로 설득력이 없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겠지만 세계적인 누드 스타 이승희를 내세운 섹스영화라는 기획 포인트는 값싼 에로영화와는 차별화 되는 영상을 선사한다. 모든 대사를 영어로 처리, 세계시장을 노크하겠다는 기획의도 역시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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