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나 소비자가 원하는 문화, 체육시설의 입장권을 예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데다 이를 전산망으로 통합 관리해 각 부문의 유통 및 수익을 투명화하는 등 국내 문화산업 토양를 비옥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입장권통합전산망구축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영화부문은 통합전산망이 실현되면 「서울에서 약 ○○만명의 관객이 동원됐는데, 전국적으로는 서울관객의 2배 정도일 것」이라는 식의 그간의 흥행성적 집계방식에서 「약」 「∼정도일 것」이라는 단어를 축출하고 「영화 A는 전국에서 ○○원을 벌었다」로 바뀌는 등 말많고 탈많았던 흥행수익집계가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따라 영화계는 통합전산망사업을 시장정화 및 유통배급 현대화를 위한 숙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관련사업 전면보류 9개월여만인 6월 2, 3일 한국컴퓨터, 한국정보통신,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 등 작년 문예진흥원에 의해 기술상위그룹으로 평가됐던 3개업체의 입장권 예, 발매시스템에 대한 현장실사를 계기로 관련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실사」와 같은 세부작업이 시작되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장실사 대상업체를 3개사로 국한시킨데서 보듯 재추진 역시 작년 사업추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초 입장권통합전산망사업은 작년 6월 25일 사업이 공고돼 8월 4일 총 6개사의 사업제안서가 마감됐다. 이후 문예진흥원 전담하에 진행된 주사업자 선정을 위한 평가과정에서 국산 소프트웨어 배제 공방, 평가공정성 시비, 독점조장 시비가 일었고 급기야 10월 국정조사에서 사업제안내용 및 평가결과 조작혐의(국민회의 최재승 의원)가 제기돼 결국 문예진흥원 관계자들이 문책됨과 동시에 사업자체가 전면 보류됐었다.
이같은 문제들은 9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기세만 약화됐을 뿐 아직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국산 소프트웨어 채택 공방은 작년 9월초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외산 SW를 수입해 사용하겠다고 제안한 업체들을 주사업자로 선정할 경우 로열티 지불로 인한 외화유출은 물론 국내 관련기술 발전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정부에 국산 SW 채택을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이같은 지적은 응용SW 기능성 평가(97년 8월)가 있은 직후에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1개 업체만 국산 SW를 시연해 해당업체의 로비설이 제기되는 등 다시 문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평가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통합전산망사업이 단순히 응용SW의 기능성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6개 사업제안서 제출업체중 촉박한 응용SW 기능성 평가 기한에 맞춰 시스템을 구동시키지 못했던 일부 업체가 『사업 운영방안, 이익금 분배방안 등 전체사업에 대한 정책적인 측면이 SW 기능성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함에 따라 촉발됐고, 이같은 주장을 했던 업체들이 이번 문화관광부 실사에서 제외됨에 따라 적지않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독점조장 시비는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1개 사업자를 주사업자로 선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연간 4천만여명의 관객동원수를 기록하는 영화관, 연 4백만여명인 프로야구 관중, 연 75만여명인 프로농구는 물론이고 오는 2002년 월트컵 특수 등의 입장권 예, 발매수수료 4∼7%에 대한 독점적인 수익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당초의 계획대로 1개 주사업자가 선정될 경우 입장권 통합전산망사업은 정부가 허용하는 독점사업이자 특혜』라는 누락업체들의 볼멘소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통합전산망사업 재개 소식으로 관련업계의 촉각이 곤두서자 문화관광부는 지난달 30일 『이번 실사는 각 업체의 온라인 전산망 운영현황 조사를 통해 기본적인 유통망을 점검하는 것으로 통합전산망 주사업자 선정을 위한 직접적인 절차는 아니다』고 각 업체에 통보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이번 실사에 대해 각 제안사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2, 3차 실사를 추가로 실시해서 전산망 점검에 완벽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이번 실사가 단순 현황조사에 그치는 것만은 아님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통합전산망 사업으로 인해 빚어졌던 각종 물의와 혼선을 감안, 「공정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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