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광장] 오백년 잠자던 고서가 CD롬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 유럽 선교사가 임진왜란의 진상을 기록한 고서가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 이 책은 디지털도서로 가공돼 곧 인터넷을 통해 공개될 예정으로 한국학 연구자들뿐 아니라 역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고서의 제목은 「감바쿠도노의 죽음(원제:MORTE DI QVABACONDONO)」. 포르투갈 선교사인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가 1598년에 쓴 이 책은 임진왜란의 막후인물인 히데요시와 그의 조카(감바쿠도노)간에 벌어진 암투와 히데요시가 조선정벌을 결심한 배경, 그리고 부산성 전투에서 평양성 전투까지 전쟁상황 등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제3국인의 눈에 비친 임진왜란에 대한 유일한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학문적인 가치가 높은 고서로 평가받고 있지만 최근 국내에 반입될 때까지 유럽 각국의 고서점 등을 전전하며 낮잠을 자야 했다.

이 책이 국내 학자들의 눈에 띈 것은 실로 우연한 기회였다. 「한국관계 고서찾기」 운동을 추진하는 기구인 LG연암문고 운영위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각국의 고서점들을 뒤지는 과정에서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이렇게 찾아낸 LG연암문고는 모두 7천여권에 달한다. 이 문고는 또 최근 교육부로부터 「전문학술정보」로 지정받으면서 약 3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현재 CD롬으로 가공되고 있으며 이 작업이 완료되면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외 네티즌들에게 공개된다.

LG연암문고와 공동작업을 벌이는 명지대는 이들 고서 가운데 컬린 스튜어트가 1895년에 쓴 「한국의 놀이(원제 KOREAN GAMES)」와 애라수 와그너가 1920년에 쓴 「한국의 어린이(원제 CHILDREN OF KOREA)」 등을 포함해 총 18권을 CD롬으로 제작, 지난 21일 개교 50주년 기념식과 함께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제작된 CD롬, 디지털 도서는 일반 서적들처럼 도서관에 비치될 예정으로 앞으로의 디지털도서관 모습을 엿보게 하고 있다.

디지털도서관은 기존의 종이 책 중심의 도서관에 비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등 미래 학교교육의 중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최근 국내 대학들도 앞다투어 디지털 도서관 구축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대학에서는 석, 박사학위 논문 등을 앞으로 디지털도서관에 비치, 그 내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벌써부터 CD롬으로 제작하고 있는 학교도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모든 도서를 디지털화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명지대와 LG그룹이 최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LG연암문고의 고서 CD롬 제작작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은 「디지털도서관의 성패는 어떤 정보를 디지털화하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명지대학은 「한국학관련 고서」라는 디지털화하기 적합한 희귀자료를 풍부하게 확보했기 때문에 교육부로부터 「전문학술정보」로 지정받아 많은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국내 대학중 가장 차별화된 디지털도서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지대학의 이러한 사례는 과학기술부와 교육부가 각각 앞으로 3~5년 동안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디지털도서관 및 전문학술 정보망을 구축할 때 귀중한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문의 (02)300-1433,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myongji.ac.kr」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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