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PC업계, 불법복제 강화 등 고전

「장사는 안되고,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 단속강화로 부담은 늘고」

요즘 컴퓨터(PC) 전자상가 상인들의 공통된 말이다. IMF 한파로 연중 최대 PC성수기인 지난 겨울을 썰렁하게 보내야 했던 조립PC 매장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SW불법복제 단속에 또다른 한파를 맞고 있다.

IMF 여파로 전반적인 산업경기가 침체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PC업계가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지만 SW업계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SW불법유통 채널이 워낙한 다양한 데다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 SW에 대한 가치인식이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SW업계 역시 암담한 위기에 처해 있다.

SW불법복제를 감시 및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는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는 최근 조립PC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용산, 세운, 국제, 테크노마트 등 대형 전자상가를 대상으로 SW불법복제 단속을 실시해 20개 업체를 적발, 검찰에 고발했다.

불법복제의 온상으로 인식돼 있는 대형 전자상가를 집중 단속함으로써 경각심을 조성해 불법복제율을 크게 낮추겠다는 목적에서다. SPC가 대형 전자상가를 집중 공략하는 것은 SW불법복제의 대부분이 전자상가를 배경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매장들이 밀집돼 있어 짧은 기간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SW불법복제 관행을 방치할 경우 SW업계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한계상황을 고려해서다.

특히 올해는 단속범위를 대기업, 공공기관으로까지 확대하는 동시에 PC 전자상가를 대상으로 한 단속활동의 강도 및 회수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매출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는 조립PC업계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상황에 대해 조립PC 업계는 『더 이상 버틸 여지가 없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PC유통 업계의 연쇄부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경기가 위축돼 월 평균 조립PC 10대도 팔기 힘든 상황에서 이 같은 우환은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달러화 환율인상에 따른 부품가격 인상, 계속된 가격파괴에 의한 마진감소,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기업부도 위기로 제품을 팔만한 대형 수요처마저 사라져 매장유지조차 힘든 실정이다.

한 조립PC 매장주는 『SW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응용프로그램은 복제하지 않을 수 있으나 운영체계인 윈도95를 설치하지 않고는 PC판매가 불가능하다』며 『윈도95를 16만5천원씩에 구입해 PC에 설치해주면 마진은 고사하고 10만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상우회 관계자는 『조립PC업체의 대부분이 영세업체인 만큼 무조건적인 단속보다는 윈도95를 값싸게 공급, 정품 사용을 유도하면서 불법복제를 단속하는 「당근과 채찍」의 방법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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