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방송사들의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인천방송이 박찬호가 활약하는 메이저리그의 독점 중계권을 획득하면서 촉발된 방송사들의 스포츠중계권 경쟁이 부산방송등 지역민방사에까지 확대되면서 스포츠중계권 확보가 방송사들의 역학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인천방송의 비상은 가히 주목할만하다. 인천방송은 작년 하반기 1백% 자체 편성을 목표로 정식 개국했으나 UHF라는 채널 특성과 서울방송의 위력에 눌려 전혀 맥을 추지 못했으나 박찬호 경기의 독점 중계권 획득으로 상황이 일거에 바뀌었다. 전국 각 지역의 케이블TV방송국(SO)과 중계유선들이 박찬호 경기를 위성으로 수신해 재송신하면서 지역방송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전국 네트워크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박찬호 경기를 디지틀조선에서 운영하는 전광판에도 공급,인천, 경기지역은 물론 수도권 시청자들에게까지 채널 이미지를 심고 있다.
이처럼 인천방송의 시청자층이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광고요금에는 방송권역 확대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측이 아직은 SO나 중계유선을 통해 확보되고 있는 시청자층을 광고요금 산정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방송은 광고주 유치시 SO와 중계유선을 통해 다수의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광고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인천방송의 이같은 비상에 가장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는 방송사가 수도권 민방인 서울방송이다. 서울방송은 1백% 자체 편성을 목표로 설립된 인천방송이 서울방송에 이어 제2의 전국 네트워크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이와함께 방송권역을 넘어 방송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 및 지역민방과도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부산방송 역시 최근 선동렬,이종범,조성민등이 활약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의 중계권을 일본의 스포츠 마케팅 전문업체인 덴쓰를 통해 획득,빠르면 6월초부터 이들 선수들이 활약하는 경기를 국내에 방송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부산방송은 이번 일본 프로야구의 중계권 확보를 통해 지역 민방의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다. 그동안 부산방송은 부산지역에서 마저 UHF라는 채널 한계 때문에 중계유선과 지역 SO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이번 야구경기 중계를 계기로 이같은 한계를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방송은 선동렬과 이종범의 연고지인 광주방송, 전주방송등 지역민방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KBS,SBS등과도 중계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송사들간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과당경쟁이 재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 환경으로 전환하면서 시청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스포츠 중계권 경쟁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지나칠 경우 자칫 외국의 스포츠 마케팅업자나 경기단체만 배불리는 꼴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유료방송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위성방송이 국내에 본격 시작되면 스포츠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후발사업자인 위성방송사업자들이 지상파TV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과다한 중계권료를 해외의 스포츠 중계권 사업자나 경기단체에 지불,무분별한 외화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스포츠 중계권이 방송사간 역학구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들이 세계 스포츠 중계권 협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지사가 들어와 있는 IMG를 비롯 ISL등 스포츠 마케팅업체들이 세계의 유수방송사들과 중계권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세계적 광고회사인 덴쓰가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 참여,이번 부산방송의 일본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스포츠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는데 따라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유료방송의 독점중계권 제한 규정을 통합방송법등에 명문화해 국민들의 보편적인 시청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지상파방송 위주로 국민적인 스포츠 중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도 영국과 인도는 방송법을 통해 스포츠 독점 중계권에 대해 어느 정도 규제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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