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고선명(HD)급 디지털 위성방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지털TV의 핵심부품인 칩세트를 자체 개발한 국내업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까지 디지털TV용 칩세트를 개발한 기업으로는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을 비롯, 일본 마쓰시타, 미쓰비시 등에 불과하고 일본 소니, 히타치가 현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정도다. 따라서 디지털TV 가격(재료비 기준)에 15∼20%를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TV 칩세트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로서는 디지털TV 수요가 늘어날수록 커다란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영국의 가전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언더스탠딩&솔루션스사는 미 디지털TV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돼 오는 2000년 2백50만대, 2005년에는 2천8백만대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TV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과는 달리 아날로그 방식의 HDTV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HD급보다는 화질이 한 단계 낮은 SD(Standard Definition)급 디지털TV 개발 및 보급에 주력해 HD급 디지털TV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 돼왔다.
그러나 유난히 고급제품이나 신상품에 대한 수용효과가 큰 일본시장의 특성상 SD급보다는 HD급 디지털TV의 시장확대가 예상되는데다 세계적인 흐름에 동떨어진 아날로그 HDTV의 경우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본 TV업체들이 HD급 디지털TV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
여기에 일본 정부가 오는 2000년 HD급 디지털 위성방송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 아래 내년 5월말까지 일본 TV업체들에 HD급 디지털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세트의 초기모델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면서 일본업체들로서는 이 시한에 맞춰 디지털TV를 완성해야 하는 다급한 처지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디지털TV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상황이 반전되면서 일본의 TV업체들에는 디지털TV의 핵심부품인 칩세트 공급처를 확보하는 게 절대절명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일본업체들이 디지털TV용 칩세트를 보유하고 있는 LG전자나 삼성전자에 잇따라 추파를 보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일본업체들의 경우 자체 개발제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능이 떨어지면 외부에서 공급받는 이른바 아웃소싱이 관례화돼 있어 국내업체들에는 시장확대는 물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세계 디지털TV시장의 흐름이 국내업체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실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인지는 결국 국내업체들의 제품력과 마케팅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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