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시청을 위한 필수장비인 컨버터 공급가를 놓고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과 장비공급사간 공방이 치열하다.
SO들은 현재 11만∼12만원선인 컨버터 공급가가 가입자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장비공급사는 오히려 올려야 한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측의 이같은 논쟁은 IMF한파로 올들어 케이블TV 가입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터져나온 것으로 앞으로 가입자 감소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양측간의 설전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컨버터 공급가 문제를 먼저 들먹이고 나선 것은 대륭정밀, 대한전선 등 컨버터 공급사들이었다. 이들은 올 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율이 작년대비 50%가량 올라 그만큼 원가인상요인이 생겼다며 「인상」을 주장했으나 삼성전기, LG전자부품 등 주요 공급사들이 가입자 감소를 이유로 「공급가 동결」을 선언하자 한발 물러섬으로써 이 문제는 수면아래로 가라앉았었다.
그러나 IMF한파의 여파가 가입자 감소로 본격 이어지자 SO들이 최근 거꾸로 컨버터 공급가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공급가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SO들은 현재 가입자에게 컨버터를 제공하는 대신 보증금 3만원, 월 사용료 2천원씩을 받고 있는데 이것이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가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값이 훨씬 싼 보급형 컨버터를 제작, 공급해줄 것을 장비공급사들에게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금리부담도 SO들이 컨버터 공급가 인하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배경중의 하나다.
SO들이 가입자를 유치할 때 주로 리스사의 자금을 빌려 가입자를 유치했으나 작년 환란 이후 리스사들의 부실이 심해 현재 이 자금을 쓸 수도 없는 입장인 데다 올 초부터 리스업무를 개시한 카드회사의 경우 금리가 연 25%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라 현재의 사용료만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SO의 한 관계자는 『현재 리스사가 전혀 보증을 서주지 않고 있어 자금조달이 막혀 있는 상태이고 카드사의 경우에도 금리가 작년의 배로 높아져 자금조달이 막막한 실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현재의 금리를 적용할 경우 월 컨버터 사용료를 최소 4천원으로 올려야 하나 이럴 경우 가입자 감소로 직결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며 그러다 보니 SO들로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컨버터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 시행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성남방송의 경우 가입자들에게 컨버터를 직접 구입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고, 미래, 중앙 케이블TV 등은 컨버터 없이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진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SO들의 컨버터 공급가 인하주장에 대해 장비공급사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나누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컨버터 공급가 인상을 자제하고 있는 마당에 「인하」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비공급사들은 예약기능과 어드레서블기능 등이 제외된, 이른바 보급형 컨버터를 만들어도 최소 공급가가 9만원선이어서 SO들이 주장하고 있는 6만원대의 가격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컨버터 공급사의 한 관계자는 『기본채널기능에 스크램블을 내장한 보급형 컨버터라 하더라도 제반비용을 제외한 자재값만도 현재 7만원정도』라며 SO들의 주장의 비현실성을 공박했다. 신규가입자 감소로 같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SO와 컨버터업체들간 공급가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불협화음은 서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용료 인상」이나 「금리인하」 등 후속조치가 없을 경우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위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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