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埈 씨아이에스테크놀로지 대표
방송가도 IMF한파의 「무풍지대」는 아닌 듯하다. 「방송 중의 방송」인 지상파 방송조차 잇따라 자구책을 마련, 실행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 프로그램공급사(PP) 등이 한 발 앞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기존 방송 외에 위성방송 등이 후발주자로 신규 참여할 예정이어서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맞춰 새로운 마케팅과 사업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방송가 구조조정작업은 일종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즉 IMF체제가 방송사들에 있어 경쟁력 유지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기업리엔지니어링(BPR)을 통한 시스템적인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우선 우리 방송사들이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 처리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기능과 조직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특히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개별부문의 정보가 일관된 틀 안에서 통합적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고립, 분산돼 있을 경우 비효율성과 업무손실이 발생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업무처리의 내용인 정보, 즉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이고도 원활하게 관리, 운영하느냐가 우리 방송사들의 경쟁력 질을 가름하는 초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문제는 경영정보 등과 같은 계량적, 정형적 데이터는 물론 영상, 음향 등 비계량적, 비정형적 데이터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도 관건인 셈이다.
결국 이런 데이터들은 연관부문, 연계업무와 시스템 내에서 긴밀히 결합돼 최적의 프로세서 구조를 지원하고 시스템은 그 운용, 관리 서비스를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관리 프레임워크와 방송수행 프레임워크가 정보시스템 내에서 통합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실제적인 업무 프로세서는 조직과 사람 안에서 데이터라는 큰 울타리로 통합돼 있으며 최근 디지털 환경에서의 제작 및 방송기술은 급격히 정보기술(IT)과 통합되는 등 모든 결과를 계량적으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세서와 데이터 처리 등이 통합된 정보시스템 내에서 유기적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우리의 방송구조가 저비용, 고효율의 합리적인 조직으로 바뀌게 되며 경영개선의 효과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이같은 구조조정작업은 잉여인력과 재원이라는 부산물을 낳게 된다. 특히 잉여인력문제의 경우 실업과 직접 연계돼 있어 방송가의 구조조정작업 중에서 반드시 재고해야 할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방송사들의 구조조정작업을 통해 남는 재원과 인력을 바탕으로 방송 소프트웨어, 다시 말해 영상 콘텐츠산업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바람직할 것이다. 단지 현실적인 여건이 어렵다고 방송사들이 무작정 조직과 인력을 축소하다 보면 영상 콘텐츠산업을 등한시해 결과적으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개연성을 미리 배제하자는 것이다.
알다시피 국내 방송산업이 하드웨어의 경우 외국 선진국과 비교하면 기술력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하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는 문제이나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이 바로 소프트웨어산업이라는 점을 직시해 이번 구조조정의 기회를 국내 영상 콘텐츠산업을 재도약시키는 발판으로 삼는 것도 IMF체제에서 우리 방송가가 되새겨 볼 대목이다.
IMF한파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는 이 기회를 새로운 방향과 방법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고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비장한 각오 아래 영상 콘텐츠산업의 초석을 확실히 다져보자.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IMF시대에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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