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통신 "빅뱅" 가시화

정부와 통신업계가 그동안 논의 자체를 꺼려 왔던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공론화하고 업계에서는 각종 시나리오까지 등장하는 등 기간통신사업 구조조정이 점차 현실화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조정 논의는 다수 통신사업자의 난립으로 국가적인 과잉 중복투자 야기 일부 공기업의 통신산업 진출 및 확장 등에 관한 비판론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일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자진 퇴출의사 표명 등이 겹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가시화하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간통신서비스는 무선호출 부문. 가입자 10만명 미만의 일부 지역무선호출사업자들은 경영난이 극도로 악화돼 자진 퇴출의사를 밝혔다. 이들 사업자 가운데는 증자 실패와 화의신청 부결 등 잇따른 자구노력 실패로 퇴출이 불가피한 기업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이라도 탈락할 경우 전국 서비스에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되는 015사업자들은 최근 배순훈 정통부 장관을 면담, 부실 사업자 문제를 논의했다. 015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경영이 건실한 일부 대기업이 나서 부실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업간 인수합병(M&A), 퇴출 발생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무선호출뿐 아니라 유선과 무선사업자를 통틀어 진행되는 전면적인 기간통신사업자의 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각 사업자 간의 장, 단점을 분석하는 한편 시장개방에 대비, 국가 통신경쟁력 강화라는 목적성까지 갖춘 각종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 제기되는 시나리오는 유선과 유선사업자의 결합, 유선과 무선사업자의 통합, 해외사업자와의 연계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여기에 개혁을 추진 중인 한국통신, 정보통신부문 처리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는 한국전력, 포철의 의지와 맞물려 경영권 향배가 주목되는 신세기통신 등 공기업의 정보통신분야 정리도 덧붙여지고 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유무선 통합 조정안이다. 서비스별 사업자 체제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규상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최근 각 무선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광케이블 유선망 구축작업에 나서는 등 사실상 영역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만 보장된다면 가장 유력한 궁극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상호관련 지분으로 얽혀 있는 유무선업체들의 인수합병이나 평소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기업간 통합이다.

지난해부터 거론됐던 시나리오는 무선사업자 간의 구조조정이다. 똑같은 이동전화서비스에 5개사가 각축, 과당경쟁 시비가 끊이지 않고 수익성마저 불투명한 상황을 반영, 퇴출기업 발생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자연스런 M&A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참여기업 모두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재벌이라는 점과 주력사업군으로서의 애착이 대단해 조기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시나리오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빈번히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유선과 유선의 결합이다. 가장 먼저 경쟁확대 정책이 시행된 부문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의미가 퇴색해 후발주자들의 입지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시내, 시외, 국제전화 전부문에 걸쳐 한국통신의 독과점 구조가 상실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후발주자들이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신규시장 진입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 경우 한국통신을 축으로 그 반대편에 후발유선사업자들이 부분적인 M&A나 제휴를 이루는 밑그림이 성립된다.

정부의 외국인지분 한도확대 및 동일인지분 한도철폐 정책으로 성립된 또 다른 시나리오는 현재 일부 가시화하고 있지만 「기업 사냥」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택, 조시룡, 김윤경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