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반도체 또 하나의 장벽 "환경" (상)

국내 반도체 산업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좀체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6MD램에 이어 64MD램의 가격마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며 적자의 수렁을 헤메고 있다. 승부수로 던졌던 16/64M 조기 세대 교체 전략도 약효가 떨어졌다. 메모리사업의 한계론이 다시 고개를 들 정도다. 하지만 환경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이 반도체 산업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진국들이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각종 환경 유해요소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과불화화합물(PFC) 개스는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연료에 포함돼 사용량 감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각종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의 강도도 점점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도 국내 반도체 산업은 가격폭락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느라 환경관련 문제에 대한 준비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장벽으로 대두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환경 규제 움직임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대응 기술 개발 동향 등을 3회에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 주>

규제 방향과 향후 예측

25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리는 제5차 반도체 산업 환경 안전회의의 큰 주제는 환경(Environment)과 작업자의 안전(Safety), 그리고 건강(Health) 등 3가지다.

하지만 사실상 이번 회의의 관심은 환경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총 8개의 세션중 단 1개를 제외한 7개의 세션의 주제가 환경일 정도다.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환경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정보 교류가 이번 회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가 그만큼 향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공정중 에칭과 증착(CVD)공정에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은 대기중에 존재하는 시간이 매우 길고 강력한 적외선 흡수력 때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밝혀지면서 주요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후협약회의에서 PFC를 이산화탄소 등과 함께 지구 온난화 규제물질로 추가하면서 점진적으로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이와 관련, 반도체 분야에서도 PFC 감축을 위한 민간차원 또는 정부 차원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반도체 관련 단체의 협의기구인 세계반도체협의회(WSC)를 중심으로 지난해 7월 PFC 방출 감축을 위한 공식 선언을 시작으로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정부간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열리는 산업안전 국제회의는 순수 민간차원의 협의기구로 특정한 합의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환경 및 안전과 관련된 기술과 정보를 교류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반도체 산업 환경에 관련된 선진국들의 대응 방향은 대체로 PFC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저감 기술과 PFC대체 물질 개발 등으로 나눠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유해화학 물질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기술 개발도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문제는 환경 오염물질 사용을 규제하려는 이같은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만만치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이 신물질이나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쪽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재료와 장비 분야에 취약점을 가진 국내 반도체 산업이 받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환경 관련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재료나 장비에 투자해야하는 비용 부담이 엄청날 것이고 이는 결국 반도체 생산 원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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