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화제] PC는 리포트 복제기?

「복제한 리포트를 찾아라.」

요즘 대학가 교수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는 남의 것을 베낀 학생의 리포트를 가려내는 일이다. 학생들에게 리포트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시험으로 가려내기 힘든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고 보다 심도있는 학습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리포트를 작성하려면 시험을 치르는 것 못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친구의 리포트를 「참고」해 작성하는 얌체족들이 많았다. 문제는 컴퓨터란 문명의 혜택 때문에 이같은 얌체족을 가려내기 힘들어졌다는 것.

『요즘은 모든 리포트를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기 때문에 원래의 리포트와 베낀 리포트를 가려내기가 정말 힘듭니다. 앞뒤의 말과 글꼴, 레이아웃만 바꿔도 전혀 다른 글처럼 보이거든요. 특히 최근에는 학부제 도입으로 수강생이 늘어나 더 힘들어졌어요.』

덕성여대 이종숙 교수의 말이다.

그래도 수작업 시대에는 베끼더라도 일일이 써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사람이 작성한 리포트를 파일 채로 가져와 손쉽게 짜깁기해서 제출하니 학습 효과는 커녕 요령만 키워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게 교수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사정이야 어쨌든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해야 하는 교수들로서는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안될 실정. 때문에 리포트의 복제여부를 가리려는 교수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일단 비슷한 스타일의 리포트끼리 모아 놓고 각각의 리포트를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 또 잘못된 번역을 하는 등 같은 실수를 하는 리포트도 적발 대상이다.

신구전문대의 박영실 교수는 1주일 동안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하나 하나 대조해 약 40%의 학생이 베꼈음을 적발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도 수강생이 50명을 넘어서면 무용지물이다.

『자신의 견해를 쓰거나 실험결과를 정리하는 등 창의성을 요구하는 보고서의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참고서적을 읽고 요약하는 리포트의 경우는 뻔히 베낀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점처리하기 어렵다』는 게 교수들의 말이다.

이같은 베끼기 문화는 단지 보고서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과제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학생들의 실습 중 하나로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과제치고는 예상외로 세련되고 독특한 게 많아 대견해 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홈페이지를 뒤져 아이콘이나 소스를 카피해온 것이었습니다.』

한 대학교수의 말이다. 클릭 한번만으로 아이콘을 복사할 수 있다는 디지털 시대의 장점을 악용한 것이다.

과제나 제출물을 베끼는 예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 등의 보급으로 복사가 쉬워지고 진위를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 문제다.

이와 관련, 한 대학교수는 『대학가에 복제문화가 더 확산된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 고유의 정신까지 읽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아무리 디지털 문화가 확산된다 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만이 진정한 재산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장윤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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