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돼온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의 인수, 합병이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가 최근 비슷한 시기에 공정거래위원회에 회사를 매각하거나 인수할 경우 독과점금지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공식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안에 국내 PCB용 원판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져 국내 PCB 원판시장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거대 PCB 원판업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게 됐다.
이렇게 되면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의 공급경쟁을 유발, PCB의 핵심부품인 원판을 나름대로 유리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던 국내 PCB업체들은 코오롱전자가 출범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돼 PCB 원판 구매정책을 전면 재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는 현재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 다음으로 PCB 원판을 공급하고 있는 신성기업과 한국카본이 있으나 이들 두 업체의 공급능력은 사실상 시장에서 지배력이 없기 때문이다.
초다층PCB(MLB)용 원판의 경우 일본, 미국 등 외국 업체의 견제가 있어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가 합병되더라도 별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단면, 양면 및 일부 4∼6층 정도의 MLB용 원판의 경우 시장독점 현상이 빚어질 공산이 커지게 됐다.
결국 PCB용 원판 구매처를 두산전자나 코오롱전자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국내 중소 PCB업체들은 견제 세력이 없는 두산전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공급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는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에다 수요부진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 PCB업체에 또 다른 고통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공정위 따른 독과점 현상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고 있어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의 인수, 합병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는 불투명하지만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의 의지가 워낙 강해 공정위의 판단 여부에 따라 국내 PCB 원판 및 PCB시장에 일대 혼선이 빚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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