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독일 하노버시에서 열렸던 「CeBIT 98」. 유럽 최대의 정보통신 전문전시회인 이 전시회에서는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 조용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즉 모니터 시장을 겨냥, TFT LCD 업체들이 칼을 빼들었으며 이에 맞서 브라운관 업체들도 수성에 나섰음을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이다.
전시회에 참여한 TFT LCD 모니터업체들의 수가 크게 증가한 데서 TFT LCD 업체들의 공격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97년 전시회에서는 20∼30개의 TFT LCD 모니터 관련업체가 제품을 출품했으나 올해는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약 1백여개사가 제품을 선보였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본격적으로 TFT LCD 모니터시장이 형성될 것임을 알려 주는 시발점이다』면서 『특히 제품 전시차원에서 소량의 제품을 선보인 것이 아니라 12.1인치, 14인치, 15인치, 18.1인치, 20.1인치 등 다양한 TFT LCD 모니터를 전시, 데스크톱 시장에서 브라운관을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고 밝혔다.
전시회를 계기로 모니터 업체들의 흐름이 바뀌면서 한, 일 양국의 TFT LCD 업체들은 브라운관의 아성인 모니터 시장공략에 적극적이다.
이 업체들을 LCD 모니터 시장에서 XGA급과 SXGA급 등의 해상도를 갖는 14인치급, 15인치급이 주력 시장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 이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전력을 집중하는 한편 니치마켓으로 CAD/CAM 분야의 시장을 공략키 위해 20인치급의 대형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천안공장의 제3라인 가동으로 13.3인치 이상 대형 TFT LCD의 생산능력을 월 16만장에서 월 28만장으로 늘리는 한편 기존 13인치급과 14인치급 이외에 17인치와 21.3인치 등도 개발, 모니터 업체에 대한 공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반도체는 최근 월 4만장(13.3인치 패널 기준) 규모의 구미공장을 가동하면서 13.3인치급 이상 대형 제품의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현대전자도 기존 설비를 개보수해 14.1인치 대형 LCD의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본 NEC는 PC 모니터용으로 14.1인치에 이어 해상도 SXGA(1천2백80×1천24도트)의 15.4인치급도 개발, 6월부터 샘플 출하할 예정이며 돗토리산요도 PC 모니터용으로 14.1인치와 15인치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 또한 샤프사와 호시덴, 히타찌 등 선발업체들도 13인치급을 비롯해 14인치급, 15인치급, 18인치급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 모니터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TFT LCD 업체들의 공세에 맞선 브라운관 업계의 수성도 만만치 않다. 브라운관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TFT LCD가 브라운관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면서도 『TFT LCD의 초기 시장 진입을 다소 늦추기 위해 제품개발 및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운관 업체들은 TFT LCD에 대응, 완전평면 CDT를 비롯해 고해상도 등의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또한 CAD/CAM 업체들을 대상으로 19인치 CDT보다는 20인치와 21인치 CDT 등의 대형화를 재촉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관과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일본 소니, 마쓰시타 등에 이어 완전평면 브라운관을 개발, 대대적으로 프로모션하면서 대량생산 체제의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모니터 시장에서 서로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서서히 가열되고 있는 TFT LCD 업체들과 브라운관 업체들의 경쟁양상은 곧 전면전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철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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