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가 다양하다고 인식되는 요소중 하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논란을 일으키더라도 일단 머리속에 떠오른 생각을 도마위에 올리는 담대함은 미국문화가 그만큼 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경직된 태도로 수용되고 있는 정치비판은 특히나 미국인들의 재미있는 안주거리기도 하다. 여기 소개하는 대중음악밴드 더 프레지던트 오브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이하 PUSA)의 경우는 이름만으로도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PUSA는 정치풍자를 주메뉴로 하는 참여형 음악그룹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선상에서 엄숙주의를 우스개감으로 만들어버린 모습이 더 효율적인 냉소를 자아내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PUSA는 지난 94년 「Lump」라는 곡을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하필이면 비슷한 시기에 앨범들을 발표했던 그린 데이나 비스티 보이스도 코믹한 분위기의 곡으로 인기를 얻는 바람에 그해 여름은 온통 코믹 펑크와 얼터너티브 음악들이 주도하고 있는 듯 여겨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Lump」는 코믹 패러디송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위어드 앨 양코빅에 의해 「Gump」라는 제목으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대의 히트곡이랄 수 있는 이 곡 이후 코믹 밴드로서의 이미지만 간직한채 조용하다 싶었던 PUSA가 새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인 「Pure Frosting」을 발표했다. 그들은 이 앨범을 끝으로 밴드를 해체하고 각자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이 마지막 앨범도 PUSA를 규정하는 한 단어인 「코믹」을 유지하고 있다. 웃기는 음악인이 되려면 무엇보다 양코빅의 노래만큼이나 가사가 재미있어야 하겠지만 PUSA는 창법과 연주법, 무대매너를 동원해 웃기려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 앨범이어서인지 「Pure Frosting」은 회고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동안 발표했던 앨범중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곡들을 따로 모아놓은 것이다.
수록곡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Video Killed Radio Star」다. 이 노래는 MTV가 개국할 때 가장 먼저 내놓았던 곡이자 팝뮤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를 전세계에 고지한 곡이다. 이 노래는 원래 버글스의 곡이나 PUSA가 MTV공연에서 불렀는데, 당시의 환호를 잊지 못한 탓인지 이번 앨범에 수록한 것이다.
그저 즐거움을 위해 음악을 찾는 경우가 있을 때 PUSA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
<박미아, 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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