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도로공사 ETC사업 왜 지연되나

그동안 서울시, 도로공사의 통행료자동징수(ETC)시스템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무선통신 주파수대역, 무선통신방식, 차량용 단말기 요금정산카드 등의 표준안 마련문제를 놓고 당국 및 업계 등 이해 관계자들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무선통신 주파수대역의 경우 지난 96년 서울시 혼잡통행료 징수시스템 도입시 업계가 채택한 유럽표준화기구(CEN)의 5.8㎓대역이 KBS 이동방송차량의 송신주파수와 일치함으로써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5.8㎓대역이 이미 사용중인 주파수임을 고려, ETC시스템은 같은 주파수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차량탐지용 무선통신 모듈과 차량단말기간 통신거리가 불과 7m 정도에 불과하고 이 거리내에서 전파 발생각도 또한 번호판에 국한돼 실제 운용상에서는 방송차량 전파와의 간섭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 사용허가를 내리게 됐다.

무선통신방식의 경우 국내업계는 사업초기부터 CEN의 5.8㎓대역 단거리전용무선통신(DSRC) 방식을 채택, 해외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유럽표준의 DSRC는 차량단말기내에 전파발생기를 탑재하지 않고 단지 전파를 인식, 반사하는 기능을 갖춘 반이중(Half Duplex) 통신방식으로 미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표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와 달리 국내 학계나 연구기관 등에서는 국내 독자표준 마련이나 미국, 일본의 통신방식을 지금도 검토중이나 업계는 세계적 표준안의 수용 및 입증된 시스템의 안정성 측면에서 유럽방식에 의견을 모은 상태다.

차량용 단말기에 부착, 요금을 자동 정산토록 하는 스마트카드의 경우 업계는 시중은행 공동 전자지갑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는 지난 94년 동남은행이 단독으로 실시중인 선불 IC카드나 비접촉(RF) 방식인 부산 하나로교통카드와도 다른 방식으로 충전이 가능한 은행권 공동의 IC카드형 전자지갑 형태다. 전국적인 사용확대와 초단시간내 결제가 가능하려면 은행권 표준의 접촉식 카드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처럼 업계가 국제표준에 따른 합의안을 마련하자 국내 독자표준을 고집하던 서울시, 도로공사도 관련업계의 기술확보 및 세계시장 진출차원에서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한편 ETC시스템 표준안 마련과는 별개로 서울시와 도로공사의 시스템간 호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로 지적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1개 차로를 운행하는 차량만을 인식하는 싱글레인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냐 아니면 차로를 변경하는 차량까지 인식하는 멀티레인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냐의 문제. 서울시는 차로변경이 심한 도심교통 상황에 비춰 멀티레인시스템 도입이 타당하다고 보는 상태고 도로공사는 구형 차량인식시스템 변경이 힘들다는 점을 들어 싱글레인시스템이 적당하다는 판단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싱글레인, 멀티레인 시스템 모두 기술적 문제는 해결한 상태로 지금이라도 시행만 된다면 양 시스템 모두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자지갑 정산시스템의 경우도 서울시는 은행권 공동정산망을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인 반면 도로공사는 자체 부가가치통신망(VAN)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수익성 확보차원에서 이를 사용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업계는 기본적으로 은행권 공동정산망 운용에 찬성하는 견해지만 도로공사 자체 VAN망을 이용하더라도 사후 은행 정산과정을 거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는 양 기관도 기본적인 호환원칙에 합의,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업계는 사업시행을 위해 기본적인 원칙합의와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므로 이제는 시스템 구축이나 운용방안 등 구체적인 사업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론 없는 탁상공론과 사업지연으로 사회적인 정보통신인프라 구축이라는 「대의」를 거스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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