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전화설비비 반환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한국통신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새로운 가입제도를 발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이 문제는 1차 여론 검증을 거쳤다. 지난 8일에는 학계, 소비자, 노조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까지 열렸다.
설비비 반환문제에는 2천만 가구의 이해가 걸려 있다. 따라서 한국통신으로서는 반발을 최소화하는 해법을 찾기 위해 이같은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통신이 한 목소리로 밝히고 있듯이 「현실적 해결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런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이슈가 된 이 문제를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서둘러 결말을 지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접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는 한국통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국가기간통신 사업자라는 특성 탓에 그간 민간기업과는 다른 차원의 경영원리가 적용돼 왔다. 수익을 올리면 종업원들에게 혜택을 주거나 주주배당을 늘리고 사내 유보를 실시하는 민간기업과는 달리 국가 정보인프라 구축에 고스란히 재투자해 왔다.
또 설비비로 확보된 재원을 통해 통신선진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한국통신이 주장하듯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통화료로 국민들에게 서비스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무려 4조4천억원에 달하는 부채(설비비)를 한꺼번에 내줄 형편이 안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를 단번에 해결하려 했다가는 「한국통신 부도」라는 극한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는 가입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현실이 어떻든 설비비는 가입자가 언젠가는 돌려 받아야 할 몫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해결방안에는 상당한 저항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설사 한국통신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더라도 「내 돈을 온전히 되찾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 어떤 정책도 국민정서를 거스르면서 성공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셋째는 정부의 역할이다. 한국통신의 대주주로 경영을 좌지우지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책임을 한국통신에만 미루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설비비 반환에 대해 정부가 어떤 공식적 입장도 밝힌 적이 없다」 「한국통신 주식으로 반환하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만 되풀이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도 함께 고민하고 책임을 나누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상에서 설비비 반환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한국통신이 좀 더 솔직하게 가입자들에게 속사정을 털어놓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공청회에서도 나타났듯이 가입자들은 그런 바탕 위에서 대안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설비비 반환문제는 느닷없이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한국통신 지분의 해외 매각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부채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하나로통신의 등장에 따른 대응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속시원히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 또 재원도 없는 상황에서 일시 반환은 불가능하고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 역시 현 증시 여건상 매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면 좀 더 진전된 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통신이 현재 내놓은 방안은 기존 제도에 비해 가입자들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반발이 나올 것은 명백하다. 기존 제도보다는 조금이라도 유리한 안을 다양하게 마련, 실질적인 선택폭을 넓혀줘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 공청회에 나온 소비자 대표의 지적은 귀기울일 만하다. 한국통신과 정부의 사정이 어렵다면 설비비를 한꺼번에 돌려줄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 단계적으로, 또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을 반환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요구된다.
한국통신의 부실이나 위기는 국가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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