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품 계열사 통합" 발표 배경

삼성그룹 측이 지난 6일 전자부품사의 통합건을 갑작스럽게 발표하게 된 의도에 대해 업계 관심이 쏠려 있다. 현재 삼성그룹 측의 발표 문안에는 구체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애매모호한 내용이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지만 그룹측의 의도대로 부품사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발표문안을 정리해 보면 부품계열사 통합과 관련, 오는 99년 말까지 그룹 측이 구상하는 그림은 두 가지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주력업종에 전자를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부품계열 3사(삼성전관, 삼성전기, 삼성코닝)를 흡수, 통합하는 방안이다.

또다른 해석은 삼성전자와는 별도로 부품계열 3사만을 통합, 별도의 부품회사를 설립하는 것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구도로 이루어지더라도 그 결과는 매머드급의 회사를 낳는다는 점이다.

우선 부품 3사의 매출만 해도 지난해 5조3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재계 16위인 쌍용정유의 매출규모와 맞먹고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부품 3사를 통합하면 종합상사인 대우의 매출과 비슷한 23조7천억원에 달해 국내 최고의 제조업체를 자랑한다.

부품계열사의 통합이 과연 그룹 측의 의도대로 가능한가. 그룹 측의 한 관계자는 『부품사의 통합은 이미 5년 전에 검토된 사항으로 이번 발표에서도 통합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면서도 『바깥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일부 소액주주들이 문제될 수 있지만 코닝사의 경우 오히려 쉽게 통합할 수도 있다』면서 부품계열사의 통합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룹 측의 생각에 대해 대부분의 계열사 관계자들은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통합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주주 및 합작처들의 반발을 쉽게 잠재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관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52%에 달하고 있으며 삼성코닝의 경우 미국코닝 측이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합작처나 주주들의 의사를 도외시한 채 통합을 원만하게 이끌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삼성전자가 주총에서 혼났듯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결코 무시해 가면서까지 99년 말까지 부품계열사를 통합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그룹 측의 발표대로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계열사들은 그룹 측의 의견에 반대하고 있다. 우선 계열사들은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계열사의 의존도를 50% 이하로 줄이는 등 독자적인 마케팅력을 강화, 삼성전관은 브라운관 분야에서 세계 제1위의 업체로 성장했으며 삼성전기도 세계 10대 부품사로 성장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로 통합될 경우 부품은 주된 사업이 되지 않고 시스템의 종속변수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경쟁사에 대한 부품영업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없어 오히려 시너지 효과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부품사의 독립도 전관과 전기의 성격이 판이, 별다른 시너지 효과보다는 단지 간접인력을 줄이는 단순효과 이외에 별로 큰 기대를 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자칫 그룹측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아 통합에 따른 실익이 없을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이 이번에 부품사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정작 세계 일류품목인 디스플레이 분야를 주력 사업품목으로 확정하지 않은 점도 그룹측이 통합의사가 별로 없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바라보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디스플레이 분야를 주력 사업품목으로 내세우지 않고 정작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판정한 가전사업을 세계적인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점에 비추어 통합의도에 의문을 낳고 있다. 이는 그룹측이 예전에 21세기 수종사업을 발표하면서 1차로 선정된 9개 사업 중 무려 반도체 이외의 부품 중에서 TFT LCD, 리튬이온전지, 칩부품, MLB 등 4개 사업을 선정한 점과 배치되고 있다.

오히려 부품업계를 통합하려는 의사가 있었으면 오랫동안 면밀히 검토해온 사항이기 때문에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분야를 필두로 해서 이들 수종사업품목 등을 먼저 주력사업품목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담아서 발표했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이번 통합발표건에 대해 그룹측이 정작 부품사를 통합시키려는 의도보다는 단지 정부의 방침에 순응, 생색용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그룹측의 부품사 통합안은 앞으로 그렇게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당위성을 이야기한 측면이 큰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일방적인 통폐합 발표는 오히려 관계사 임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만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예로 그룹이 자동차사업에 대한 밀어붙이기식의 투자로 인해 성장가도를 달리던 부품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점에서 이같은 무리한 통폐합은 자칫 지금까지 쌓아놓은 부품업체들의 성과를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다. 이제는 정부 방침에 순응, 부품사의 통합과 같은 한건주의식의 발표보다는 부품사업에 대한 향후 전망을 면밀히 검토, 비전있는 사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체제안정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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