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공개입찰제도 허와 실 (2);문제점

「도입 명분에는 찬성하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부 세트업체들이 부품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하자 부품업체들은 입찰제도 도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시행시기와 이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부품구매방식으로는 부품업체들의 자생력 약화는 물론 세트업체의 국제적인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언젠가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구매제도가 바뀌어야 할 것으로 부품업체들도 보고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모든 부품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시기에 세트업체만 살겠다고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할 경우 부품업체간의 과열경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부품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있는 일부 부품업체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터무니없이 덤핑입찰을 시도하고 타 업체들도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가격을 인하할 경우 시장질서가 문란해짐은 물론 일부 부품업체들이 이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는 사례도 빈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트업체들은 부품업체들의 이러한 불만에 대해 가격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품질과 납기 등 여러기준을 고려해 공급업체를 선정할 것이기 때문에 덤핑입찰은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구매관계자들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업체를 실사한 후 공급업체로 등록시키고 이들 업체에 대해서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해 덤핑입찰의 소지를 줄이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공개입찰이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저항기, 콘덴서 등 일반부품의 경우 입찰기준으로 제시되는 품질과 납기면에서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비슷한 수준이어서 결과적으로 낙찰 요인은 가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때문에 부품업체들이 공급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일 경우 신제품 개발 및 품질력 강화는 뒷전으로 밀려 결과적으로 공개입찰제도는 부품업체는 물론 세트업체의 경쟁력 강화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하기위해서는 부품업체의 투명성보다는 세트업체의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의 수의계약 형태의 구매방식에 비해서 비리는 감소하겠지만 세트업체들이 미리 부품공급업체를 점찍어 놓고 공개입찰에 참여한 타 업체들의 단가를 내세워 가격인하압력을 가할 경우 상대적으로 약자인 부품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세트업체들이 단순히 원가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한다면 세트의 가격은 낮출 수 있겠지만 부품업체의 부실과 서로간의 신뢰감 악화 등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 한국적 기업환경에서는 한 점 티끌없는 공개입찰제도가 도입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며 『세트업체들은 도입시기와 시행방법에 대해 철저한 연구를 거친후 점진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권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