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수입업체로 인식되던 삼성GE의료기기가 최근 제조업체로서의 위상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GE의료기기는 기술개발 투자를 통한 신제품 개발이나 생산보다는 세계 최대 전자의료기기 메이커인 GE 제품의 수입 또는 단순 조립 생산에 주력, 업계 관계자와 의료계 종사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이는 삼성GE의료기기가 GE와 삼성간 51:49의 지분으로 공동 설립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측면에서는 전적으로 GE에 의존, 삼성측이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슷한 지분의 합작사답지 않게 모든 의사결정을 GE의 방침에 따르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GE의료기기는 설립 당시 GE가 생산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삼성측이 독자적으로 생산하지 못한다는 옵션에 걸려 삼성그룹이 연 1백억원을 상회하는 막대한 의료기기 관련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품화한 것은 중소기업에서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는 「소품류」 몇 건이 전부였다.
따라서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은 자금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이 개발하기 어려운 첨단 전자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국내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대기업의 의료기기사업 참여는 백해무익하다」는 빈축을 사는 대표적 사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GE의료기기는 지난해 2월 현 이용복 사장의 취임 이후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삼성GE의료기기가 선도적 역할을 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GE사의 신규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기술자립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성장과 개발을 지탱해 줄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면서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GE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프리미엄급 흑백 초음파 영상진단기, 나선형 컴퓨터 단층촬영장치(CT), 디지털 컬러 초음파 영상진단기 등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흑백 초음파 영상진단기 생산량은 96년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한 1천3백5대를 기록했으며 CT도 29대를 생산, 전년보다 소량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중 수출 전략형 제품인 흑백 초음파 영상진단기(모델명 LOGIQ 알파 200)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1천만달러 이상을 수출함으로써 수입만 하는 회사가 아닌 수출업체로도 인식되기 시작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측은 기술적 측면에서도 GE측에 신속한 기술 이전을 강력히 요구, 기술 이전 속도가 예전보다 확연히 빨라 졌으며 일부 기술의 경우 독자 설계능력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단순 수입업체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이 회사는 지난해 2백37억원(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 생산실적 보고액 기준) 어치를 생산, 국내 대표적 전자의료기기 메이커인 동아엑스선기계, 중외메디칼 등을 제치고 약 4백개사의 제조업체 중 메디슨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대약진을 보였다.
이는 95년 이전만 해도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다가 96년 7위를 기록한 이 회사가 대웅, 일동 등 중견 업체들의 신규 시장 참여로 인한 경쟁 가열과 병원들의 자금난에 따른 시장 위축 속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예기치 못한 IMF 사태로 실행은 유보했으나 당초 예정대로라면 올 상반기 내 현 성남공장을 증축, 그동안 그룹 계열사를 통해 개발해 왔던 MRI 등 몇몇 첨단 고가의료기기 신제품의 생산라인을 신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당분간 삼성GE의료기기는 메디슨과의 2강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삼성GE의료기기가 국내 대표적 전자의료기기 메이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7:3 정도인 수입과 제조 비중을 3:7 정도로 바꾸고 핵심기술을 GE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설계능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한편 그룹 내 의료기기 관련 기술 및 노하우를 결집할 수 있는 대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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