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전자의 홀로서기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해태그룹 경영진이 주력사인 해태제과만이라도 살리겠다는 방침아래 해태전자를 그룹에서 분리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가운데 채권은행단이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통한 해태전자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부도사태 이후 지난 6개월동안 직원 수를 절반수준으로 감축하고 해외 수출 확대에 전력투구하는 등 뼈를 깎는 자생노력을 진행한 결과 현재는 당좌거래만이라도 재개된다면 충분히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상태』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해태전자의 이러한 자구노력을 지켜본 종금사를 비롯해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 등 채권은행단은 최근 해태전자의 홀로서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 종금사 여신을 전환사채(CB)로 출자해 주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해태전자측과 출자금액 등 구체적인 계약사항을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해태전자의 홀로서기 여부가 최종 결정날 것으로 해태측은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CB발행 규모는 2천7백억원에서 4천억원선인데 최소규모인 2천7백억원이 출자전환될 경우 해태전자의 자본금은 5백70억원에서 3천2백70억원으로 5배이상 늘어나고 종금사들이 회사지분의 80%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해태전자는 종금사들이 대대주이면서 부채비율이 자본금의 2백% 밑도는 건실한 별도 독립회사로 새출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해태전자측은 『채권은행단의 호의적인 분위기를 살펴볼 때 우리가 원하는 대로 4천억원정도가 출자전환됨과 동시에 1천억원정도의 협조융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이자부담을 크게 덜수 있는 데다 초기운영자금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경영정상화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크게 고무돼 있다.
채권은행단이 여신의 출자전환을 통해 해태전자의 홀로서기를 승인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자전환이란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 보증을 그 기업 주식으로 바꾸는 것으로 이를 통해 금융기관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은 채권자에서 주주입장으로 바뀜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없고 담보도 내놓아야 한다. 기업이 망하면 부었던 돈도 몽땅 떼이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채권은행단이 출자전환을 결정했다는 것은 그 만큼 그 기업의 회생가능성 및 사업전망을 확신한 상태임은 반증한다.
실제로 해태전자는 부도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높은 「인켈」브랜드를 앞세워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들어 부도이후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던 해외바이어들이 속속 다시 돌아오는 등 발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 최초로 DTS방식의 AV리시버앰프를 개발한 해태전자는 협력부품업체들이 해태전자의 정상화를 굳게 믿고 부품을 계속 공급하는 한편 켄우드와 대논등 주요 해외 거래선들로 부터 신제품에 대한 주문이 쇄도, 천안공장의 14개 생산라인이 풀가동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수익성이 높은 통신분야에서도 연간 1천억원 규모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지국 장비를 국산화한데다 개인휴대통신(PCS)및 무선호출기 단말기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따라서 해태전자의 경우 그룹에서 분리돼 별도 회사로 새출발한다고 해도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태전자의 운명을 쥐고 있는 채권은행단이 어떤 방안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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