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사냥을 다룬 코미디영화 「고스트버스터」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중 한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극장개봉할 당시에 「귀신학 박사」라는 자막으로 해석이 붙었다.
그러나 그 부분에서 배우가 말했던 것은 「초심리학(parapsychology)」이다. 「귀신학」이라는 학문은 아직 없다.
심령현상이니, 초능력이니 하는 것들은 아직 대다수 과학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객관적인 증거도 찾아보기 힘들고 조작이나 거짓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도 현재 엄연히 과학연구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19세기경부터 유럽 등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심령현상의 과학적 연구는 20세기 들어 미국의 J.B.라인 박사가 하나의 독립된 학문 분야로 확고하게 기틀을 다졌다. 그는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거듭하여 마침내 의미있는 결론을 얻었다. 그가 실험한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은 미국 수리통계학회에서도 인정받았다.
라인 박사가 얻은 것은 「초감각적 지각(ESP:Extra Sensory Perception)」의 존재였다. 이는 인간이 지닌 5감 외에 설명할 수 없는 제 6감의 지각력을 뜻한다. 그는 카드 테스트를 실험방법으로 채택했다. 특정한 그림이나 도형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보이지 않도록 가린 채 피실험자에게 그림을 알아맞추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2백명이 넘는 사람에게 수만 번의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분명히 우연의 일치보다 훨씬 웃도는 적중률이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점도 드러났고, 득점과 피부의 전기저항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관찰되었다.
라인 박사가 실시한 또 다른 실험은 이른바 「염력」, 또는 「사이코키네시스(PK:psychokinesis)」였다. 정신력만으로 물체를 움직인다는 현상이다. 이 테스트에선 주사위를 던져 특정한 수가 의도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실험이 행해졌다.
그는 이 밖에도 텔레파시, 예지(clairvoyance)등의 초심리학 현상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으며, 듀크대학에 초심리학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초심리학」이란 말은 바로 라인 박사가 붙인 것으로 오늘날에는 심리학 교과서에서도 정식으로 다루고 있는 분야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초능력자로 이스라엘 출신의 유리 겔라가 있다. 손가락으로 문지르기만 해도 숟가락이 맥없이 구부러져 버리는 염력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도 방문한 바 있는 유리 겔라에 대해서는 사실 엇갈린 시각이 존재한다. 어떤 직업 마술사들은 「과학자들을 속이기는 쉽다」고 말하며 그를 단지 손놀림이 능숙한 야바위꾼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초심리학분야의 연구가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비밀리에 수행되는 군사적 응용 연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냉전 시대에 미, 소 양국에서 각기 축적된 초심리학 연구 성과는 지금도 베일에 싸여 있다.
처음에 언급한 「유령」도 일본의 세끼 히데오같은 학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소립자들로 이루어진 실체라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펼치기도 한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초심리학이나 심령과학은 전체적으로 가설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요컨대 중요한 것은 섣부른 단정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연구하려는 자세인 것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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