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플라이(대표 박철승)는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카르마」라는 작품으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게임업계에선 잘 알려진 벤처업체다. 2년 전 구의동 소프트웨어 지원센터에 우수 벤처기업으로 입주, 이 곳에서 역량을 키운 후 지난 4월 독립해 역삼동에 26평짜리 자기 사무실을 열고 어엿한 청년기업으로 모양새를 갖추는 등 발돋움을 하고 있다.
이 곳에는 롤플레잉 게임이 마치 생활의 전부로 보일 만큼 게임에 중독된 젊은 남녀 7명이 일하고 있다. 만으로 갓 서른을 넘긴 박철승 사장이 최연장자이고 밤샘작업을 밥먹듯 하다가 F학점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대학원에 입학한 백효중씨를 비롯, 팀 멤버들이 모두 20대 중반이다.
모두 미혼인 이들은 술도 전혀 안 마시고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울 정도의 골초도 없다. 나이트클럽도 안 가고 직장인의 필수코스인 노래방에도 시큰둥하다. 게임만이 일이자 곧 취미활동이고 여가를 보내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하루종일 게임을 개발하며 휴식시간엔 네트워크 게임으로 피로를 풀고 퇴근하면 또 게임에 빠져서 산다.
드래곤 플라이가 처음 결성된 것은 지난 95년 초. 당시 홍익대학교 금속재료공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던 박 사장이 게임마니아 4명과 함께 뜻을 모았다. 엔케이 엔터테인먼트(당시는 소프트트라이)가 운영하는 게임스쿨은 많은 현역 게이머를 배출해온 게임인력의 산실. 대학 4학년 때 이 게임스쿨 6기로 입학한 박 사장은 게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작업이라고 확신하는 동기생들을 모아 롤플레잉 개발팀을 구성했다.
롤플레잉은 동굴과 공룡이 등장하는 이른바 팬터지성 작품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현실적이면서도 부르기 쉬운 이름을 찾다가 문득 잠자리를 보고 드래곤 플라이라는 팀명을 생각해냈다. 이들은 처음에 혜화동 동숭아트홀 뒤편의 달동네에 집을 얻어 5명이 함께 숙식을 해결했다. 돌아가면서 연탄불을 갈고 밥을 해가면서 난생처음 고생다운 고생을 해본 시절이었다. 1년 동안 혜화동에 살았지만 대학로의 카페 한 번 내려가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96년 초 만들어진 첫 번째 게임 「운명의 길」이 마니아들에게 인정을 받은 후 이들은 소프트웨어 지원센터로 입주해 두 번째 작품인 「카르마」 개발에 몰두했다. 개발도중 SKC가 최소 1만개를 사주고 로열티도 지불하는 조건으로 라이선싱 계약을 제의해 결국 대기업의 서드 파티가 되는 계기도 만들어졌다.
박 사장이 직접 시나리오를 맡은 「카르마」는 불교에서 「전생의 업」을 뜻하는 제목처럼 주인공과 아버지가 업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롤플레잉 게임이다. 뛰어난 그래픽과 국내 최초의 실시간 3차원 롤플레잉이라는 점이 호평을 받아 게임대상 우수상뿐 아니라 97년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좋은 영상물상을 수상했고 판매실적도 좋았다. SKC를 통해 대만과 중국으로 수출도 했고 이달 말 열리는 E3에도 출품할 예정이다.
요즘 「운명의 길」과 「카르마」의 후속편 제작에 들어간 드래곤 플라이는 영화나 비디오보다 게임이 세계적인 흥행작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장르라고 말한다. 물론 외국의 경우 1백명의 인원이 2년간 투입돼 20억∼60억원 예산으로 게임 한 편을 만드는 데 비해 우리의 개발여건은 너무나 열악하지만 그래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르가 게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롤플레잉과 액션으로 차별화시켜 힘들더라도 1년에 한 편 정도만 작품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대작을 모방하거나 짜집기식으로 손쉽게 신작을 만들어낸 후 포장술과 마케팅에 의존하기보다는 벤처다운 패기로 밀고 나가 언젠가는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히트작을 만들어내겠다는 게 이들의 작은 소망이다.
<이선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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