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벤처 지원자금 솔솔 샌다

벤처육성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기업인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00년까지 2만개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조7천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진행되면서 창업의 목소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의 벤처육성방침을 악이용, 이익을 챙겨보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내에 있는 모 목욕탕과 간판광고 제작업체가 자칭 벤처기업이라고 주장, 벤처자금을 신청했다. 이들은 자신의 회사를 정수기와 모터펌프를 만드는 제조업으로 가장해 직원을 연구원으로, 사장의 승용차 구입비를 연구비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매출액의 일부를 연구비용으로 투자한다는 서류를 꾸며 벤처자금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뻔뻔스럽게도 이들은 『우리라고 벤처기업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와 함께 벤처바람이 불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벤처자금을 알선해주는 브로커들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거나 벤처지원 자금을 알선해주는 대신 커미션을 챙기는 일명 전문 벤처브로커. 이들은 자금신청 기본 조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서류를 조작하거나 인맥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정해야 할 벤처자금의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시 남동공단 C사의 경우 벤처컨설팅 전문가로부터 『상당금액의 벤처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권유를 받고 여러차례 만나 소개비로 2백만원을 주었다고 한다.

또 인천 가좌공단에서 장비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B사장은 친구로부터 지난달 벤처기업 육성 전문가라는 브로커를 소개받아 벤처기업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연구실을 만들고 연구원을 뽑고 있는 중이다. 정부의 벤처자금 지원창구 실무자를 잘 알고 있다는 전문브로커의 자문을 받고 있는 B사장은 벤처기업 육성자금을 받을 경우 5% 상당을 커미션으로 주기로 약속했으며 2∼3개월 이내면 1억5천만원 정도의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조장비와 인력을 새로 도입, 채용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유망 벤처기업으로 둔갑해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브로커의 말에 현혹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많은 기업인들이 도덕성과 기업윤리를 저버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러한 데는 벤처기업 육성도 필요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지나친 정책추진으로 많은 허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 육성을 악용한 사기행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벤처자금의 악이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실한 벤처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벤처인큐베이터를 만들고 현금으로 창업을 지원하기보다 개발환경 조성과 같은 기반여건을 마련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또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1차적으로 제품화 가능성이 큰 아이디어에 대해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다음으로 시제품 성능 검증을 통해 시장성이 있을 경우 생산,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외에 우수한 제품의 생산능력과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 지원 등 단계별 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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