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IMF가몰고온 컴퓨통업계 신조류(2) 소외 시장의 급부상

<중고 및 애프터 서비스시장의 급부상>

최근 경기불황은 컴퓨터 유통업계의 거품을 일시에 거둬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과거 용도에 관계없이 고가, 고성능 제품에 집착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정말 필요한 제품인가, 어디에 쓸 것인가를 꼼꼼히 따지고 나야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물론 가격이 최우선의 구매 결정요인이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가격이 비싸다면 불편을 참는 것이 IMF 체제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을 구매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꼽으면서 급부상한 시장이 바로 중고 컴퓨터 분야다. 메이커와 제품의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486급은 40만∼60만원대, 486 노트북은 80만∼1백만원대, 펜티엄급은 1백만원대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2백만원대의 펜티엄급 PC 신제품을 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중고PC 유통 전문업체인 CC마트의 이병승사장은 『2백대 수준이던 월간 매출이 IMF체제 이후 매출이 3배 이상 늘었다』며 『가계 수입이 줄어든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기업체 까지도 중고 물량을 찾는 경우가 많아 최근 가격이 얼마나 중요한 구매요인으로 부각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소비자들이 가격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각광받는 또 다른 분야가 실속형 PC와 업그레이드 시장이다. 세진컴퓨터랜드, 두고정보통신 등 중견 PC업체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까지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를 겨냥해 인텔 호환칩을 탑재하고 각종 보급형 주변기기를 탑재한 저가의 실속형 PC를 판매해 최근의 매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또 용산 중소조립업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PC 업그레이드 사업에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해 이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펜재(대체재)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IMF체제 이후 부각되는 또 다른 시장으로 서비스분야를 꼽을 수 있다. 아프로만, 뉴텍컴퓨터, 큐닉스컴퓨터 등 중견컴퓨터업체들이 잇달아 부도가 나면서 서비스를 받을 만한 주체가 없어진데다 기왕에 쓰고 있는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새제품을 사는 것보다 더 실속이 있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80여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PC 서비스 전문업체인 서비스뱅크는 제조업체 PC의 종류에 관계없이 사용자들의 수리의뢰가 있으면 각종 불편사항을 처리해 주는 서비스사업을 개시한지 1년여만에 1백여개의 고객사와 서비스 대행의뢰 계약을 체결하고 약 2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염기홍 사장은 『당초 서비스전문업체 설립시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서 유료 서비스사업이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많았다』며 『하지만 올해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할 정도로 이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서비스전문업체들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전국적인 체인점을 구성하고 있는 911컴퓨터, 전국 각지에 흩어진 2백여명의 컴퓨터 전문가들이 사용자들이 서비스 요구에 대응하는 컴퓨터 클리닉 도움말 등 10여개의 업체들이 서비스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 서비스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나타난 또 다른 현상이 CPU, 주기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등 주요 부품을 교체해 PC의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업그레이드 사업과 서비스 사업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프터 서비스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저렴한 비용부담으로 PC의 기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심리를 파고 들어 매출을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뱅크, CC마트, 911컴퓨터 등 서비스전문업체들은 주요 부품을 저렴한 가격에 도입할 수 있는 조달체계를 확보하고 최근 업그레이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함종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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