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업체들이 부품 구매방식을 자신들에 유리하도록 자주 바꾸고 있어 부품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세트업체들은 최근 IMF한파로 경영이 악화되고 제품 가격이 급락하자 원가절감을 위해 공급처인 부품업체를 무시한 채 부품 구매방식을 변경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최근 LG전자의 멀티미디어사업본부가 부품 구매방식을 공개경쟁 입찰제도로 변경하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LG전자가 부품구매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부품업체에 문호를 개방하는 차원에서 이를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부품업체간에 치열한 가격경쟁을 유도, 납품가를 떨어뜨리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 부품업체들은 최근 가전 및 정보통신 세트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계획 없이 물량을 급하게 주문하는 스폿오더를 늘리고 있어 상당량의 원자재와 완성품을 항상 확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재고관리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무분별하고 계획되지 않은 세트업체들의 구매행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세트업체의 경우 올해 초 원화가 급락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들에 환차손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물량을 구매했으나 최근 환차손을 보전해 줄 수 없다고 약속을 어겨 부품업체가 막대한 손해를 입는 등 세트업체의 주먹구구식 구매에 의해 피해를 입는 부품업체들이 급증, 세트업체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부품업체들은 올 초 환율이 급등했을 때 달러로 결제되던 로컬물량에 대해 원화로 변경하면서 환율기준을 세트업체들이 일방적으로 설정, 부품업체들이 많은 손해를 입었는데도 최근 세트업체들이 마음대로 부품 구매방식까지 변경한다면 국내 부품업체들은 공멸의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한 저항기업체의 J이사는 『국가가 위기에 직면해 있는 지금 세트업체와 부품업체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협조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세트업체들은 부품업체의 의견을 조율해 구매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라며 세트업체의 인식변화를 촉구했다. <권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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