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내에서 허가여부를 둘러싸고 한동안 논란을 벌였던 한국멀티넷의 기간통신사업자 정기허가가 현행 법제도에서는 허가불가라는 내부판정을 사실상 받았다. 그러나 정통부의 무선 초고속 멀티미디어통신서비스 허가를 둘러싸고 드러난 처리과정 및 논쟁은 정보통신산업에 몇가지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먼저 대외적인 측면에서는 달러유입을 위한 민간 출신의 장관 행보가 첫발부터 실무차원의 규제중심 해석으로 시련을 맛보고 있다는 점이다. 배순훈 정통부장관은 최근 외환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한국주재 각국 대사와 서울주재 외신기자들과 만나 국내 통신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 및 각종 규제철폐를 역설, 30억달러의 외자유치 활동을 벌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의 한국멀티넷 처리과정을 본다면 배 장관의 외자유치 행보는 법제도에 숨겨진 각종 규제에 의해 발목 잡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법조항에 대해 실무 공무원들의 몸사리기식 유권해석이 계속된다면 자의적 규제를 우려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사업권 획득시 한국멀티넷에 각각 1천만달러씩을 투자키로 한국무선CATV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미국 ICI사의 봅 시미트 회장과 하이브리드 네트워크사의 칼 레드베터 회장은 각각 미국 케이블TV협회 회장과 AT&T 회장을 역임했던 미국 통신업계의 거두이자 미국내 오피니언 리더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멀티넷이 던지고 있는 두번째 화두는 정통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란 주제가 실상 거짓말이었음을 시사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통부는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 일원화된 정보통신정책 실현을 이유로 폐지된 공보처의 방송행정기능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한때 실현가능성도 엿보였었다.
그러나 이번 기간통신사업 정기허가 과정에서 드러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기술적으로는 이뤄지고 있을지 몰라도 법제도, 공무원의 소극적인 유권해석이라는 걸림돌에 막혀 결국 우리나라 실정과는 상당히 유리된 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번째 화두는 정보화 확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광대역망 정책의 부재다. 인터넷과 PC통신을 포함한 정보서비스산업, 나아가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의 육성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정보화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결국 네트워크의 고도화로 요약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정책은 구체화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광대역통신용 무선주파수의 경우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B-WLL 이외에도 26㎓대역의 LMDS와 2.5㎓대역의 MMDS라는 주파수 자원이 상용화기술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3년여째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무선케이블TV용으로 이미 공고됐다는 정통부의 주장도 해당 주파수의 전파특성과 1차 케이블TV 구역의 협소성, 1차 케이블TV 구역에 대한 유선전송망 사업자들의 홈패스율이 70~80%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광대역 주파수 자원을 사장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한 정부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통부는 한국멀티넷 처리과정에서 특정업체에 대한 주파수 자원의 할당은 다른 업체에 대한 기회박탈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은 그러면 과연 누가 신기술을 찾기 위해 미리부터 노력하겠는가라는 의문으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정통부가 신규 주파수 및 서비스자원 배분에서 일률적인 사업기회의 제공을 위해 펼쳤던 사업제안서(RFP) 방식의 심사가 과연 누구에게 열매가 돌아갔는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90년대 들어 정통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됐던 RFP 심사방식은 기술확보를 불문하고 결국 법률 및 회계 자문 등 우수한 맨파워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거대자본이 뒷받침되는 기업들에 그 열매를 나눠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통부가 제시했던 주파수 자원에 대한 일률적인 사업기회 제공은 일면 누가 전문가를 끌어들여 모범답안을 작성했고 누가 거대자본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심사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택,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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