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다층인쇄회로기판(MLB)용 핵심소재인 원판을 본격 생산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국내 MLB용 원판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는 LG화학이 1백50억원을 투입, MLB용 원판을 시험 생산하고 있는 청주공장에 월 20만㎡ 생산능력을 지닌 양산설비를 최근 설치하기 시작, 7월부터 양산에 나서기 때문이다.
월 20만㎡의 생산능력은 국내 MLB용 원판 수요의 3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LG화학이 LG전자, LG정보통신 등 그룹 계열 전자, 정보통신업체를 등에 엎고 MLB용 원판사업을 하반기부터 밀어부칠 경우 두산전자, 코오롱전자 등 국내 업체와 히타치, 미쓰비시, 넬코, 이졸라, 아시아케미컬 등 외국 업체들이 각축을 벌여온 국내 MLB용 원판시장에 주도권을 둘러싼 일대 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LG화학은 LG전자, LG정보통신, LG반도체 등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지난해 말부터 시험 생산해온 MLB용 원판을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채택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게 해당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LG화학 권영철 이사는 『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이 MLB용 원판사업을 조기에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지만 LG화학 원판 자체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이 기존 업체보다 월등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기주전자, 대방전자, 심텍, 하이테크교덴, 새한전자 등 10여개 전문 PCB업체들이 자사 원판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이사는 이어 미국 IBM, 일본계 중국 PCB업체들도 LG화학의 원판을 소재로한 MLB를 제품에 탑재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면서 MLB용 원판사업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국내 MLB용 원판 수요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외산을 LG화학의 제품으로 대체하면 연간 약 7천만달러 상당의 수입대체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게 권 이사의 분석이다.
즉 두산전자, 코오롱전자, 한국카본 등 국내 MLB용 원판 공급업체를 경쟁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히타치 등 외국 업체가 LG화학의 경쟁상대며 내수보다는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것이 LG화학의 전략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LG화학의 입장에도 불구, 두산전자, 코오롱전자 등 기존 MLB용 원판업체들은 LG화학이 MLB용 원판을 본격 공급하는 것에 크게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LG화학은 아직까지 시제품만을 갖고 일부 PCB업체들에 제품사용 승인을 요청하고 있는 단계지만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사정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것.
우선 LG화학의 생산능력 월 20만㎡는 두산전자(월 10만㎡)와 코오롱전자(월 4만㎡)의 생산능력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점이다. 이같은 대규모 설비를 지닌 LG화학이 신규 사업인 MLB용 원판사업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이 신규 사업 진입시 통상 활용하는 자금과 가격을 통한 물량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게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의 예측이다.
특히 세트업체의 납품단가 인하와 물량 감소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중소 PCB업체들의 경우 PCB 원가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원판을 기존 거래처보다 싸게 공급한다고 유혹하면 대다수 업체가 이를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국내 PCB 수요처인 LG전자를 비롯해 LG그룹의 전자, 정보통신기기 관련 기업의 적극적인 물량보장 공세까지 얹혀진다면 중소 PCB업체에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결국 하반기경에는 국내 MLB용 원판시장을 둘러싸고 가격인하 경쟁을 통한 주도권 경쟁이 신, 구업체간에 치열하게 전개될 공산이다.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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