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AV시장 구도 - 한국업체 중심으로 바뀐다

세계 최대의 가전왕국을 이루고 있는 일본업계가 2∼3년전부터 AV사업을 잇따라 축소 또는 철수하면서 한국이 세계 AV시장의 새로운 생산중심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일본업체들의 해외생산거점이었던 동남아 지역이 외환위기 및 정정불안으로 생산이 불안정해지고 있어 오는 2000년 이후 국내 가전업체들이 세계 최대의 AV기기생산업체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업체들이 와이드TV나 고화질 TV 등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집중,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일반 AV기기 제품에 대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함에 따라 일본업체들이 물러난 공백을 국내 가전업체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그동안 국산 가전제품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일본 시장에 국산가전제품의 자체브랜드 수출이 점차 늘고 있으며 일본업체들이 제품라인업 구축을 위해 한국으로 부터 물량을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OEM수출물량도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국산 AV기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우전자가 올해 1천2백만대의 TV를 생산, 세계 1위의 자리에 등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내년에 6백만대의 VCR을 생산함으로서 1위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일본 NEC의 경우 반도체와 컴퓨터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지난 93년 이후 가전생산을 축소, 그동안 대우전자로 부터 14에서 29인치 TV 전 모델을 OEM으로 공급받아 판매해왔으며 지난 96년 이후에는 거의 일반가전사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측은 현재 NEC로 공급되고 있는 물량은 카드타이머를 내장한 TV 등 일부 특수제품에 한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와 VCR부문에서 포괄적인 제휴를 체결한 도시바도 삼성전자와의 공조를 통해 자체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제품생산에 한정하고 나머지는 삼성전자로부터 OEM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쓰비시전기도 와이드TV 등 대형제품 위주로 생산을 전환하면서 29인치 이하의 제품의 자체생산을 중단하고 현재 OEM거래선 확보를 위해 국내 가전업체들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본업체들의 생산축소가 이어지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일본시장으로의 직접 진출도 점차 늘어나 대우전자의 경우 지난해 50만대에서 올해 60만대로 수출계획을 늘려잡았으며 이중 50만대를 자체브랜드로 직접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우브랜드외에 「바커스」, 「데콤」 등 세컨드브랜드를 통한 판매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또 삼성전자도 지난해 요코하마기술연구소를 설립, 가전 관련 기술확보에 나서는 한편 나가노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자가브랜드 광고를 실시하기 시작하는 등 본격적으로 일본시장 공략에 나서 올해 전년대비 50%가 늘어난 1억5만달러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 업체들의 생산축소 및 사업철수로 국산 AV기기의 수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산 제품이 세계 AV기기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국내에서 공급되는 제품 대부분이 중저가제품으로 아직도 일본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와이드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은 크게 뒤져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고부가가치제품에서도 일본산 제품을 누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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