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NC 선진국과 어깨

우리나라를 포함해 15개국에서 2백20여 업체가 참가, 6일간 각종 공작기계 관련 기술 및 제품을 선보인 서울국제공작기계전(SIMTOS 98)이 27일 폐막됐다.

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전시회는 공작기계업체들이 생산성을 극대화한 경제형 장비 등 신제품을 대거 개발, 출품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업의 총체적 불황을 반영하듯 상담 및 계약 건수는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과거 한 대를 살 수 있는 돈으로 두 대를 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한국산 공작기계에 대한 외국업체의 관심이 고조, 과거 어느 해보다 바이어의 방문이 많았고 수출 상담 및 계약도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중소 공작기계업체들을 중심으로 외국사와의 합작이나 인수 제의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업체들의 한국시장 진출이 곧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나타난 공작기계 분야의 기술적 흐름은 대우중공업이 주축 회전속도가 2만rpm인 초고속 수직형 머시닝센터를 처음 선보였으며, 두산기계가 1만2천rpm급 수평형 머시닝센터를 출품하는 등 고속, 고정도 가공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과 생산성 향상 및 인건비 절감을 위한 공장 자동화 대응형 제품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또 컨트롤러의 PC-NC화가 급진전, 현대정공, 터보테크, 통일중공업, 한국산전 등이 자사 공작기계에 부착하고 완전 상품화단계에 접어들어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낙후된 컴퓨터 수치제어(CNC) 장치 분야와 달리 PC-NC의 경우 선진국과 기술적으로 대등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공작기계를 전시할 만한 자본재 전시장 하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외국에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 자존심 문제를 떠나 이같은 여건에서 생산되는 우리나라 제품의 신뢰도와도 관련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실제 EU 소속 공작기계협회의 한 관계자는 『전시장 환경이 극히 열악해 하루 정도 대충 돌아보고 서둘러 귀국하는 바이어가 있었다』고 소개하고 『2년 후의 전시회도 이같은 환경에서 치러진다면 외국의 출품업체수가 크게 감소할 것은 물론 한국산 공작기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작기계협회측은 전시회기간중 1만여명의 바이어를 포함, 10만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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