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8);로봇공학의 3원칙

일본 작가 고마쓰 사쿄의 단편소설에 「보미사」라는 작품이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은 마치 사람들이 위급할 때 하느님을 찾듯이 어려운 지경에 처하자 「보미사, 보미사」라고 외친다. 「보미사(Vomisa)」는 「아시모프(Asimov)」의 알파벳 철자를 거꾸로 한 것.

아시모프는 세계적인 SF작가이자 과학해설가였다. 1920년 러시아 출신으로 3세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하여 10대 후반에 등단, 1992년에 작고할 때까지 사실상 세계 SF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작가로 활동했다.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 5백권을 넘는다.

그런데 그는 「로봇 공학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처음에 언급했던 일본 작가가 「보미사」라는 작품을 써서 그에게 경의를 표할 정도로 아시모프가 「로봇」 개념의 대중화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1940년경, 약관의 청년작가 아시모프는 존 캠벨이라는 유명한 SF편집자와 작품에 대해 토론하다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린다. 그는 그것을 「로봇 공학의 3원칙」으로 발전시켜 자신의 작품들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로봇 공학의 3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 1조,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한 상황에 방치해서도 안된다.

제 2조, 로봇은 제 1조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 3조, 로봇은 제 1조와 제 2조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예를 들어 어떤 못된 인간이 로봇에게 「지구의 빙하를 다 녹여라」라고 명령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을 해치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므로 명령에 거역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빙하가 녹으면 인류는 엄청난 재난을 겪게 된다. 바로 이런 경우를 예상해서 아시모프는 나중에 「0원칙」을 추가시켰다.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한 상황에 방치해서도 안된다」

물론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는 로봇을 만들기란 지금 현재의 기술로는 어렵다. 고도의 지적 사고와 판단능력을 갖춘 인공두뇌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마 앞으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어느 SF팬이 이 로봇 공학의 3원칙을 일반화, 단순화시키자, 곧바로 가전제품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상식적인 원칙이 되었다.

제 1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사용하다가 다치는 일이 없을 것).

제 2조,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조작이 간편하고 쉬울 것).

제 3조, 튼튼해야 한다(수명이 길고 고장이 잘 나지 않을 것).

이에 더해서 「0원칙」은 바로 과학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원칙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로 태어난 여러 기계나 기술들이 인류의 장래에 위협이 되지 않아야 한다」. 즉, 핵무기나 공해, 오염물질 배출 장치들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이처럼 로봇 공학의 3원칙은 벌써 SF의 영역을 벗어나 공학자들이나 산업현장에서도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마 로봇들 자신의 행동원칙이 되는 날도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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