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PC가 대중화되면서 컴퓨터음악 애호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고품질 사운드 카드가 내장된 펜티엄급 컴퓨터와 시퀀싱을 할 수 있는 공개소프트웨어만 있어도 음반CD를 듣는 것은 물론 PC노래방을 꾸미거나 세계 각국의 인터넷 히트곡 모음집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오선지 없이 곡을 쓰거나 오케스트라 수준의 연주를 감상하고 싶다면 아무래도 별도의 미디장비가 필요하다.
미디(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란 알고 보면 전자악기가 아니라 컴퓨터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약을 말한다. 신디사이저, 시퀀서, 드럼머신, 음원모듈 등 서로 다른 악기들이 정보를 주고 받으며 자유롭게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난 83년 관련업계가 제정한 표준규격이 바로 미디다. 결국 컴퓨터음악을 하려면 미디가 아니라 미디장비가 필요한 셈이다. 미디장비를 이용해 나만의 가상 음악공간 「버츄얼 스튜디오(Virtual Studio)」를 꾸며보자.
미디장비는 수없이 많지만 초보자에겐 다음의 3가지 종류만 있어도 충분하다.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할 것은 소리를 만들어주는 음원모듈(Module). 요즘엔 대부분의 사운드카드가 음원 모듈을 내장하고 있지만 단순히 음악을 듣기보다 직접 작곡을 해보고 싶다면 역시 외장형이 제격이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원모듈은 「SC-88VL」 모델로 가격은 65만원선.
다음에는 미디악기와 컴퓨터를 연결해 주는 인터페이스를 결정할 차례다. 인터페이스 카드와 미디 박스, 케이블 등으로 구성된 인터페이스는 16채널의 경우 「MPU-401」이라는 제품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나 최근의 대세는 역시 32채널 제품군으로 미디매니아사의 「MQX-32」가 최고 인기모델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을 제어할 시퀀싱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초보자라면 각 통신망의 공개자료실에 올라와 있는 데모버전을 다운로드해서 사용해도 좋지만 본격적으로 컴퓨터음악에 입문하고 싶을 경우엔 스테인버그사의 「큐베이스VST」나 12TONE사의 「케이크워크」 등 전문프로그램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격은 대부분 60∼70만원선.
이 세 가지 장비를 갖췄다면 일단 미디시스템 구축은 걱정없다. 여기에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갖가지 악기소리를 직접 연주해 보고, 자유자재로 작곡도 할 수 있는 마스터건반을 추가하는 것이 순서다. 미디키보드라고도 불리는 마스터건반을 구입하려면 건반의 숫자부터 결정해야 하는데 아마추어라면 소형인 49건반도 무리가 없지만 욕심을 내자면 61건반도 있다. 건반의 수 이외에도 연주시의 느낌을 결정하는 건반의 터치감, 건반을 눌렀을 때 소리의 강약인 벨로시티(Velocity) 등을 살펴봐야 한다. 대만조립품인 「MK-490(18만원)」이나 「롤랜드PC-200mkII(28만원)」 등이 추천할 만한 모델. 마스터건반에 모듈이 합쳐진 형태인 신디사이저의 경우는 국산인 영창 「K-2000」 「K-2500」이나 외산인 KORG사의 「트리니트 플러스」가 꾸준히 팔리는 제품으로 가격은 2백20만원에서 3백30만원 정도다.
그밖에도 드럼 패드, 미디기타, 전자관악기, 그리고 실제 소리를 녹음해서 쓸 수 있는 샘플러 등이 있으나 모두 고가이기 때문에 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미디장비를 구입하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을 쓰면 적당할까. 낙원상가에 위치한 미디악기 전문점 남경전자의 이희태 대리는 『초보자라면 인터페이스, 시퀀싱 소프트웨어, 음원모듈, 마스터 건반을 합쳐 총 1백60∼70만원선이 무난하다』고 말한다. 또한 가격대가 비슷할 경우 품질 차이가 거의없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컴퓨터음악이 무엇인지 목표를 구체화한 다음 전문점을 찾아가야 하고 아프터서비스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 주는지 여부를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후회가 없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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