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에너지절약] 국내 에너지절약 정책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서 에너지절약은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우리나라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10.3%로 세계4위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수입액은 2백71억달러로 총 수입액의 16%를 차지했다.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이 절반으로 줄고 달러 한푼이 피 한방울과 같아지는 현실에서 에너지 다소비는 곧 멸망의 길이다.

IMF사태 이후 정부는 네온사인, 골프장 야간 조명과 같은 불요불급한 곳의 전력사용절약시책을 마련했다. 특히 새정부는 국제수지개선방아의 하나로 에너지 자원수입을 대폭 줄여나가기로하고 이를 위해 에너지절약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해 1백대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주행세 도입문제나 에너지절약전문대행사업 지원, 에너지절약형 설계 보급과 자재규격화 등이 그것들이다.

정부의 에너지 소비절약 추진방향은 한마디로 에너지 이용효율을 증대시켜 저소비성 경제, 사회구조를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을 활성화하고 에너지 고효율기기 생산업체 지원시책을 강력히 추진, 에너지 이용 효율향상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 또 에너지절약과 관련한 금융, 세제 지원 체제를 강화해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투자기반을 조성하고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에너지 절약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범국민적인 절약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올해 에너지 수입액을 작년보다 15% 감소한 2백30억 달러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에너지소비 증가가 곧 산업의 양적 확대로 어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 산업이 뒷걸음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수 있지만 정부는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뼈를 깍는 에너지 절약 노력을 통해 체질을 개선해야만 우리 경제가 회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기와 난방, 운송연료로 이용되고 있는 석유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적인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전 추세에 대응, 에너지탄소세 도입을 검토중이고 오염물질 저감시설 및 기술도입 때 세제감면 제도의 도입을 연구 중이다. 또 정부와 산업계간의 자발적인 협정을 통해 에너지절약 및 효율개선을 꾀하고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협력체제도 구축할 계획이다. 장기과제로는 환경친화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종합시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기후변화협약 대책으로는 기후협약범부처대책위원회의 설치도 추진중이다.

정부의 올해 에너지절약시책을 부문별로 보면 산업부문의 경우 고효율기기 생산기업을 지원, 육성하고 에너지 다소비사업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오는 2001년까지 10% 절감한다는 것이다.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효율기기 생산기업에게 단기 운영자금을 지원해 관련기기의 생산, 보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에너지 절약전문기업이 시설개체 투자시 고효율기기를 사용토록해 절약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1백90개 에너지 다소비사업장에 대해 특별관리를 실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무료 에너지 관리진단 및 지도를 실시키로 했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사업장에 대해서는 자발적 협약(Voluntary Agreement)체결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산업자원부는 이같은 에너지절약시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에너지 이용합리화자금 3천3백37억원을 지역난방, 공업단지 열병합발전시설 등 집단에너지공급사업과 에너지 절약형 설비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부문별 지원 자금내역을 보면 집단에너지 공급사업 분야에 1천7백80억원, 절약시설설치분야에 1천5백57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에너지 절약시설 설치나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을 벌이기 위해 이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에너지관리공단에 신청해야 하며 전기 대신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을 활용한 냉방시설을 설치하거나 주택단열 시설을 재시공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은행에 직접 신청하면 된다.

재정경제부도 올해 18개 에너지절약전문기업에 연 5%, 5년 거치 5년 상환의 에너지절약 시설투자 융자금 4백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절약전문기업을 통해 에너지절약 시설에 투자한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5%의 투자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전체 에너지의 23%를 사용하고 있는 가정, 상업부문에 대한 정부의 에너지 절약시책은 에너지소비효율관리제도 운영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전제품의 최저효율기준제도를 확대해 나가고 신축건물에 고효율 기자재 사용을 의무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에너지소비효율관리제도는 규제하는 내용에 따라 효율기준제도, 효율표시제도, 등급표시제도로 구분된다. 효율기준제도는 보급율이 높고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기기에 대해 바람직한 에너지 소비 효율수준(목표효율) 또는 제조자가 달성해야 하는 효율수준(최저효율)을 설정해 이를 달성토록 유도하는 제도다. 효율표시제도는 주요기기의 에너지 사용량 또는 효율을 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고효율제품 선책에 도움을 주는 제도다.

현재 효율관리제도(최저효율기준 및 등급표시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는 품목은 전기냉장고, 전기냉방기(에어컨), 백열전구, 형광램프, 안정기, 승용차 등 6개 품목이다. 정부는 최저효율기준 및 등급기준을 국내외 기술수준비교 검토를 통해 주기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최저효율기준에 미달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생산, 판매 등을 금지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에너지절약을 보다 확대시켜 나가기 위해 올해중 전기세탁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도 효율기준제도 대상 제품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또 각종 기기사용에 따른 연간 에너지 비용정보를 제공, 소비자가 고효율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해 가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 절약시책 의지가 자칫 산업적인 특성이 무시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 대상품목에 세탁기를 추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전자산업진흥회를 중심으로 전자업계가 크게 반발하며 이 방침을 철회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자산업진흥회는 『우리나라 세탁기의 경우 온수 사용량이 적어 세계 어느나라 세탁기보다 소비전력이 낮을 뿐 아니라 월간 소비전력이 2.0Kwh 미만으로 가구당 소비전력량이 극히 낮아 에너지절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세탁기 성능을 배제하고 소비전력량 기준으로 세탁기에 대해 에너지소비효율표시제를 실시한다면 오히려 전기와 물소비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F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 시점에서 업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에너지절약 시책이 세워진다면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현재의 시책에 보다 신중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병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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