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게임전문업체 제휴.. "동상이몽" 많다

작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대기업과 게임개발 전문업체들간의 제휴가 올들어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대기업과 게임개발사간의 짝짓기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동안 해외유명업체의 게임판권을 들여와 게임사업을 진행해왔던 (주)쌍용, 삼성영상사업단, 삼성전자, 웅진미디어, SKC, 동서게임채널등 게임대기업들이 폭등한 환율로 인해 판권 로열티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데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선 게임사업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따라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비교적 오랜 노하우를 축적해온 중견 게임개발사나 최근 히트작을 만들어낸 신생업체들에게 대기업들의 협력제휴가 쇄도하고 있다.

「야화」, 「천상소마영웅전」으로 알려진 FEW,「드로이얀」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KRG, 「세균전」, 「제3지구의 카인」 등을 개발한 막고야,최근 「카운터 블로우」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시노조익,「창세기전」의 소프트맥스 등은 최근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게임개발 전문업체들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 게임업체간의 제휴는 대기업이 중소 개발사의 작품 판권을 사들여 유통시키거나 수출하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중소 개발사들로서는 계약조건이 자신들에게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자금사정 문제로 이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 게임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대기업들로부터 협력섭외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게임을 조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국산 게임으로 대체하겠다는 의도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기업과 게임개발사가 최근에 맺은 판권계약은 대부분 한 카피당 7천∼1만원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이 환율상승 부담을 덜면서 게임을 조달할 수 있는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 개발사 관계자들은 『단기적인 수익확보 차원에서 게임개발사들에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기획의도를 갖고 해외시장을 겨냥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선행투자를 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구동성으로 피력했다.

그러나 대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관계자들은 『최근의 경제난국속에서 대기업의 투자여력은 극도로 취약해져 있으며 사업부 단위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토로하고 있다. 중소 게임개발사들의 바람은 알고 있지만 「확실한 그림」이 나오지 않는 곳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개발업체들의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신도 양자간에 장기적인 협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작년에 설립된 한 게임개발사 사장은 『수억원씩 자금을 대겠다고 하는 대기업도 간혹 있어 귀가 솔깃해 질 때도 있지만 조건을 살펴보면 나중에 이 대기업의 하청회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기업들이 국내 개발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는 추세는 어쨌든 긍정적인 현상으로 실제로 해외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 개발업체에게는 디딤돌이 되고 있으며 국내의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분담이 본격화되는 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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