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버그」로 불리는 2000년(Y2k)문제 해결를 위한 소요비용 및 시간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현재와 같은 미진한 대응이 계속될 경우 「20세기의 준비된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올들어 세계 신용평가기관들이 「밀레니엄 버그」 해결 여부를 신용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데다 주요 무역국들도 통상거래시 발생 가능성이 높은 Y2k의 책임소재를 이유로 이 문제를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이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2000문제는 국가존립을 위해 당장 서둘러 해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23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유력IT조사기관인 SPR사는 『한국의 2000년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어도 90억 달러(12조 6천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기관이 관련단체의 2000문제 해결 소요비용으로 추정한 4백억원은 물론 일반기업들이 예상한 8천억원보다도 무려 15배가 늘어난 금액이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당초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2000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나 상대적으로 정보시스템의 규모가 작고 자동화 업무영역이 넓지 않기 때문에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응시기가 이미 늦은 데다 실태조사가 미진해 해결과정에서 돌출할 변수가 많아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가트너그룹은 『한국의 경우 2000년 문제 해결에 상대적으로 앞서가는 미국과 호주에 비해 약 2년간 뒤져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에 따른 해결비용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함께 전문 인력확보의 어려움으로 예상보다는 2∼3배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전산원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해결사례를 보면 해결과정중 예기치 못하게 돌출되는 새로운 문제 발생이 잦은 데다 전산분야의 경우 오류를 잡아내는 단순 코볼 작업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2000년 문제는 그야말로 시간과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무디스, S&P 등 세계유력 신용평가기관들이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외차입 등 외국은행과의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고 해외거래선들도 상품인도의 주요수단인 해운, 항공이 Y2k문제에 전면 노출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2000문제 해결없이는 원만한 통상관계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을 각 요로를 통해 국내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MR사 등 세계적인 조사기관들은 이처럼 2000년 문제로 인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법적분쟁 소요비용만도 5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은 「밀레니엄 버그」를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대 혼란을 빚고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시한폭탄」이라고 규정하고 대통령 직속의 대책반을 구성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MS, 오라클, IBM 등 유력 IT업체들도 연 매출의 평균 3∼5%을 Y2k문제 해결에 쏟아붓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대응은 아직 초보수준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재범 서강대 교수는 『2000년 문제에 관한 한 우리 현주소는 이제 인식의 단계를 넘어선 초보 수준』이라고 전제하며 『이 문제는 시간, 전문인력, 예산 등의 3가지 요소 확보가 동시에 필요한 사안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삼성SDS의 이종훈 박사도 『응용프로그램 수정을 통해 해결될 수 없는 내장칩과 관련한 문제에는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대책은 전무해 심각한 인재(人災)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이 박사는 『설사 어느 특정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도 인터페이스를 해야 하는 상대 기관이나 기업이 솔루션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전혀 쓸모가 없다는 점에서 2000년 문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국가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경묵 기자>
많이 본 뉴스
-
1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2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5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6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9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10
헌재, "尹 두번째 탄핵 재판은 1월3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