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정밀 화의" 의미

많은 젊은 벤처기업들의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태일정밀(대표 정강환)이 지난 21일 법원의 화의절차 개시결정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원지방법원 민사 30부는 지난해 10월 은행권여신이 2천98억원(97년말 기준)에 달해 화의개시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보였던 태일정밀을 자체 기술력 보유와 높은 외자유치 가능성 및 기업의 정상적 운영이 참작돼 회생의 길을 열어줬다.

태일정밀의 화의개시 절차는 지난 2월 15일 은행여신 규모가 2천5백억원이 넘거나 채권단이 많을 경우 화의신청을 기각하겠다는 법원의 방침이 발표된 후 뉴코아 등 몇몇 기업들이 이 규정에 묶여 기각되었던 점에 비춰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태일이 그 어느 기업보다 재기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법원 측에서 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태일은 오는 7월 10일 채권단 집회를 통해 화의조건에 대한 정식승인을 받게 되며 화의조건은 2년 거치 6년 분할상환으로 금리는 담보채권의 경우 조흥은행 프라임레이트이며 무담보채권은 여기에서 2.5%포인트 뺀 수준이다.

화의개시 결정으로 태일은 재기를 위한 발빠른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 도후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주유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추진해온 대만의 웨이징그룹과 미국 및 홍콩 금융기관을 상대로 3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에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또 계열사 중 관련업종인 동호전자와 삼경정밀이 지난달 화의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현재 화의개시를 신청한 뉴맥스와 동호전기, 테일텔레콤 등도 조만간에 화의개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돼 컴퓨터관련 주변기기 종합메이커로서 옛 명성을 획복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도 이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직원들이 별다른 동요없이 정상업무를 했다는 점이 태일의 재기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태일이 재기하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들도 많다. 그동안 실추된 기업위상을 다시 세워야 하는 문제와 조만간 당좌거래가 재개되겠지만 자금확보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강환 사장은 『부도 이후 많은 생각을 했다. 무리한 사업확장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는데 앞으로는 컴퓨터 제조업 한 분야만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별다른 동요없이 정상업무에 노력해준 직원들에게 고마울 뿐이다』라며 재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연간 매출규모 4천5백억원으로 컴퓨터헤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집약형 기업인 태일정밀의 재기여부는 많은 벤처기업들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양봉영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