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明宰
85년 한양대 물리학과 졸업
87년 한양대 물리학과 석사
94년 미국 미시간대 핵공학과 박사
94∼96년 미국 미시간대 핵공학과 연구원
96년∼현재 고등기술연구원 플라즈마기술센터 선임연구원
플라즈마는 양 전하를 가진 이온과 음 전하를 가진 전자를 통칭하는 말이다. 플라즈마라는 말이 최근 급속히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주위에서는 이를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실 플라즈마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으며 학술용어로 근대과학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 생물학과 의학에서 각각 세포의 원형질, 혈장 등을 의미하면서 부터이다. 물리학에서는 1928년 미국의 물리학자 랭뮤어(Langmuir)가 전리된 기체의 방전현상을 연구하다가 높은 진동 수의 독특한 진동이 발생함을 확인하고 이를 플라즈마 진동이라고 명명하면서 물리학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됐다.
플라즈마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연상태에서는 뇌운이 형성되면서 발생되는 번개라든지 극점 근처에서 아름다운 빛을 내는 오로라, 대지의 생명을 키우는 태양, 반짝이는 별, 성운 등 우주의 99%가 플라즈마 상태인 것이다. 인공적인 플라즈마상태로는 형광등, 수은등, 네온사인, PDP(plasma display panel) 등이 그것이다.
플라즈마의 실용화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예를 들면 네온등은 플라즈마의 글로우 방전을 이용한 것이고 아크 용접은 플라즈마의 아크 방전을 이용한 것이다. 플라즈마는 기존의 물질의 합성이나 가공 방법으로는 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도 있고 공해유발 공정이나 난공정 등을 대체할 수 있다.
이전에는 제조하기가 힘들었던 인공 다이아몬드를 최근에는 플라즈마를 이용하여 쉽게 만들 수 있고 각종 반도체 소자의 제조공정, 특수 금속의 가공, 기계 재료 등의 고성능화에 플라즈마가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다루는 학문 분야를 플라즈마 프로세싱(plasma processing)이라고 한다. 이 분야는 물리학 뿐만 아니라 화학, 재료과학, 금속공학, 전자공학, 전기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필요로 한다. 또한 플라즈마를 이용한 자기유체역학(MHD)발전 이라든지 핵융합 발전 등에 대한 연구도 선진 각국에서 꾸준히 진행되어 오고 있다.
플라즈마의 응용분야는 일일이 열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여기서는 선진국들의 오랜 숙원인 핵융합 발전과 실용적 플라즈마로서 최근 국내에서 새롭게 관심사로 떠오르는 펄스 플라즈마 재료공정에 국한해 살펴 보자.
21세기에 들어서 인류에게 꼭 해결해야할 것들 중의 한가지는 에너지 문제이다. 현재 지구상의 에너지는 화석연료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매장량에 한계가 있고 환경오염의 문제가 심각하므로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핵융합 발전의 실현이 필수적이다.
1930년대에 핵융합 반응주기가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핵융합 연구는 선진국들간 비밀리에 추진되어 오다 1958년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2회 세계원자력평화이용회의에서 처음으로 그 연구내용이 공개됐다.
오늘날 핵융합 선진국들은 장비의 대형화, 다방면의 인접과학, 많은 인재양성의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핵융합 연구의 국제협력을 이루게 됐다. 이의 일환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유럽연합, 미국, 일본, 러시아 4개국의 국제열핵융합실험로 (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사업에 착수했으며 태양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유사한 수소 동위원소 핵융합이 상업적으로 유용한 에너지임을 입증할 계획이다.
핵융합 에너지는 두 핵의 결합으로 인한 질량 결손에 의해 발생되는 에너지로 연료는 물에서 얻을 수가 있다. 바다물 1리터 속에는 0.034g의 중수소가 들어 있다. 이 중수소들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경우 얻는 에너지는 2x10cal이며 석유 약 3백50리터의 분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는 바다물 속의 중수소를 연료로 쓸 경우 인류가 2백억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D-T반응은 점화 온도가 낮고 반응 단면적이 커서 실험로에 우선 적합한 반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T)는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만들어 공급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위하여 리튬(Li)을 반응로 내의 블랭킷 재료로 쓰게 되면 중성자와의 반응으로 삼중수소를 공급할 수 있고 리튬의 높은 열전도도는 핵반응으로 나오는 열의 교환을 쉽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리튬 또한 한정된 자원이므로 결국 실용화 단계에선 D-D 반응 또는 고급 핵융합 반응이라고 불리우는 D-He³ 등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ITER가 가동될 2010년까지는 핵융합 반응에 의한 1백50만 kW (현재 상용 발전소 출력의 30∼50%)의 열에너지가 1천초 이상 발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95년부터 기초과학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Reactor)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오고 있다.
산업사회의 다양화와 고도화로 각종 제품의 경쟁력 강화가 크게 요구되면서 품질 개선이라든지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따라서 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좀 더 나은 품질을 구현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이 걸린 일이라 하겠다.
최근 각종 제품의 생산과 관련하여 기계재료, 공구류, 금형 등의 내구성 내마모성 특성 향상을 위해 펄스 DC 플라즈마를 이용하여 재료의 표면을 개질하는 표면확산처리와 표면위에 경화층을 입히는 화학증착공정이 신기술로 각광을 받으며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펄스 DC 플라즈마는 표면조직을 자유롭게 형성시키거나 아크 발생을 줄이고 균일한 온도조절이 가능한 점 등 공정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고등기술연구원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핫월(Hot Wall) 방식의 펄스 DC 플라즈마 이온질화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여 국내의 재료공정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표면확산처리 공정의 경우 질화물 또는 탄화물의 형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고 있으나 콜벨(Kolbel)의 모델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질화물 형성의 경우를 보면 글로우 방전에 의해 양(+)으로 대전된 이온들이 음(-)극의 피처리물 표면에서 스퍼터링으로 표면을 활성화 시키고 피처리물 표면에서 Fe-N의 질화철을 형성하게 된다. 질화철은 흡착작용에 의하여 피처리물의 표면에 달라붙게 되고, 이때 질화철은 안정한 상태의 화합물층(Fe₂₃N, Fe₄N 등 질소농도가 낮은 것)을 형성하며 이 과정에서 빠져나온 질소이온은 내부로 확산 침투하여 확산층을 만들게 된다.
화합물층이나 확산층은 피처리물의 표면경화를 가져오고 금속학적 특성을 향상시킨다. 화합물층은 종류에 따라 그 특성이 다르다. 플라즈마 표면확산 처리법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종래의 염욕질화법이나 가스질화법과는 달리 화합물층을 임의적으로 조성하거나 생성되지 않게 할 수 있으므로 제품의 사용 용도에 따른 선택적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정밀금형 등에는 화합물층이 없이 확산층만 생성되게 한다거나 내마모성 내식성 등이 요구되는 제품에는 Fe₄N의 단상이 생성되게 한다는 것 등이다.
화합물층의 경우 두께는 대게 5∼20㎛ 정도이고 확산층은 수백 ㎛까지 얻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플라즈마 확산처리를 한 후 마그네타이트(Fe₃O₄) 피막을 형성시키기도 하는데 이 피막은 내식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고온의 마찰력이 가해지는 부품의 마찰계수를 감소시켜 표면의 온도상승을 현저히 떨어뜨림으로써 내마모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플라즈마 화학증착법(PACVD)은 글로우 방전에 의해 형성된 반응가스 이온들이 피처리물 표면에 증착이 되게 하여 박막을 입히는 방법으로 처리온도는 대게 5백℃ 내외이며 증착속도는 1∼2㎛/h 정도이다. 종래의 화학증착법(CVD)은 금형강이나 공구강의 상변태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박막이 형성되어 연화 등 기계적 성질을 저하시키고 제품의 칫수 변화를 일으키기 쉬우나 플라즈마 화학증착법은 이에 비해 낮은 온도에서 공정이 가능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다. 이 방법으로는 다양한 초경도 증착막을 얻을 수 있는데 금형, 공구, 내마모성 기계부품 및 전자부품등에 요구되는 특성에 따라 TiN, TiC, TiCN, TiAlN, DLC 등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의 동향으로는 TiN/TiCN, TiN/TiC 등의 고기능 복합피막, 플라즈마 확산처리와 박막을 동일공정에서 실시하는 듀플렉스(duplex) 처리 등의 연구가 활발하다. 독일 등지에서는 의공학 분야에서 TiAl6V4, TiAl5Fe2.5 등의 재료에 이온질화처리 하여 TiN 층을 만든 뒤 그 위에 PAVCD 방법으로 TiN 코팅을 입히는 인공관절의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플라즈마 응용기술은 에너지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응용성을 제공하는 미래지향적 고부가가치 기술이다. 산업기계, 정밀기계, 전자, 전기 기기, 자동차, 선박, 항공기, 사무기기, 의공학 등등의 여러 분야에 내마모성, 내식성, 내열성, 장식성 등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고 성능을 향상시킴으로써 생산성과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요즈음에는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 신소재,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의 진전, 수요의 고급화에 따른 고품위 기능성 박막의 형성에 플라즈마가 이용되는 등 표면처리 기술의 용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플라즈마기술은 이밖에 폐기물 소각처리, 유독가스처리,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 환경관련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어 곧 다가올 다음 세기에 유용하게 쓰일 실용적 기술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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