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 때로 남녀주연상보다 조연들에게 더많은 시선이 쏠리는 때가 있다. 극중의 비중을 따져 자리매김되는 것이지만 맡은 역의 크기가 그 질마저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생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70회를 맞이한 올해의 아카데미는 남녀 조연이 주연을 압도하는 일은 없었다. 여자조연상을 받은 킴 베이싱어는 따지고 보면 주연이나 마찬가지였고 여러 번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로빈 윌리암스는 코미디부터 심각한 드라마까지 소화를 잘 해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와 어깨를 겨루었던 후보중 버트 레이놀즈가 있었다는 것을 혹시 기억하는지. 그는 70년대만 하더라도 가장 섹시한 남자배우로 손꼽혔지만 이른바 연기파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포르노배우들의 세계를 다룬 영화 「Boogie Nights」에서의 호연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 영화는 7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포르노 영화산업을 다룬 내용인데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겉으로는 경멸하는 포르노를 할리우드 영화계를 통해 본격적으로 그려냈다고 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제목자체가 유명한 디스코곡이긴 하지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대신 이 사운드트랙에는 영화의 배경인 70년대 곡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뮤지션들의 면면은 모두 익숙하지만 등장하는 곡들은 이른바 대형히트급에는 들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운드트랙은 흑인 리듬 앤 블루스, 디스코, 올디스 록, 포크가 모두 섞여있는 재미있는 구성을 보이고 있다. 서두는 「Feel The Heat」로, 폰 라일리와 한때는 유명 래퍼였다가 탄탄한 몸매를 무기로 모델, 영화배우로 완전히 전업한 듯한 마크 윌버그(이 영화에 출연했다)가 함께 했다.
같은 70년대 음악이라고 해도 이 영화의 수록곡들은 한국인들에게 그다지 친밀감이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70년대에 한국에 주로 소개되었던 팝뮤직들은 서정적인 팝발라드나 시원스런 록뮤직이 주종이었던 관계로 이 영화속의 수록곡들이 한국인들의 정서에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ELO의 「Livin’ Thing」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이 곡은 ELO가 시도했던 초기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록을 접목하고 그들의 이름답게 오케스트라적인 효과를 내고 있어 언제 들어도 현란한 사운드가 시원하다.
<박미아, 팝칼럼니스트>
많이 본 뉴스
-
1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2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3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4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5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6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9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10
헌재, "尹 두번째 탄핵 재판은 1월3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