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팝바람" 분다

최근 한국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외국 팝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현대적 영상에 걸맞는 배경음악을 창작할 만한 전문 영화음악인이 많지 않은 국내현실탓에 외국의 유명 팝 음악을 선별해 영화에 활용하고 이를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발매해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의 도화선은 97년 인기를 끈 한국영화 「비트」와 「접속」. 영화 「비트」는 비틀즈의 「Let It Be」를 사용해 좋은 반응을 얻어냈고 「접속」도 배경음악 및 주제음악으로 사용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와 「Lover’s Concerto」의 인기에 힘입어 사운드트랙앨범(폴리그램 발매)이 60만여장이나 판매됐다. 최루성 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이정국 감독의 「편지」에도 벤 킹의 「Stand By Me」를 비롯한 몇곡의 팝과 클래식소품이 앨범(킹레코드)에 수록돼 10만여장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비트」는 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해 관련 음악권리출판사로부터 제재를 당한 나머지 비디오로 출시될 때에는 배경음악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상에 걸맞는 팝 음악을 선별하되 저작권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 사례였다.

이에따라 복제배포권 및 음악사용에 대한 일괄계약(싱크로나이제이션)과 같은 저작권 관계를 명확하게 해결하기 쉬운 방법으로 외국 음반직배사와의 사운드트랙앨범 발매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바이 준」 「조용한 가족」 「퇴마록」 등 올해의 주요 한국영화들이 외국 팝 음악을 영화에 삽입하면서 외국계 음반직배사들과 사운드트랙 발매계약을 맺은 것이다.

영화 「바이 준」은 비록 극장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대만계열 음반직배사인 록레코드가 발매한 영국의 모던 록을 대표하는 그룹인 블러의 「To The End」와 라디오 헤드의 「Nice Dream」이 수록된 사운드트랙앨범은 젊은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25일 개봉될 예정인 김지운 감독의 코믹잔혹극 「조용한 가족」의 사운드트랙(BMG 발매)에는 델리퀀트 해비츠의 「Tres Deliquentes」를 비롯, 스트레이 케츠의 「Ubangi Stomp」, 패트리쥐 패닐리의 「I Think I Love You」등 국내 음악팬들에겐 생소하나 파격적인 리듬의 곡들이 등장한다. 오는 7월에는 안성기, 추상미, 신현준 주연의 영화 「퇴마록」에도 벤 폴즈 파이브, 파이트, 일루미네이션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외국 팝그룹들의 음악들이 소니뮤직코리아를 통해 사운드트랙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인터넷 누드모델 이승희가 주연하는 「물위의 하룻밤」, 이승연과 김민종 주연의 「토요일 오후 2시」등의 영화에도 팝 음악이 사용될 예정이며 사운드트랙 앨범발매가 기획되고 있다.

물론 우리 영화인 「서편제」 「은행나무침대」 「그대안의 블루」 등의 사운드트랙도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높은 음반판매고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김수철, 이동준, 원연 등 국악에 기반을 둔 퓨전음악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음악인들이 전통극 위주의 영화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 재기발랄한 현대극 영화를 소화하는 데 적합한 음악인은 아직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게 영화계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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